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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에세이] 시간의 회귀 찬바람이 분다. 아직까진 시원한 바람이다. 계절은 빈틈없이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다. 그래서일까. 시간의 회귀는 막을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리라. 그가 그녀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짦음에 대해 말했었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베르나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역시 그들과 같았다. 프랑수아즈 사강, , 소담출판사, p.136 시간이 내게로 왔다. 이제 시간을 맞이하러 가야 할 때이다. 이작가야의 BibleSalon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살롱에서 .. 더보기
[에세이]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가능할는지 모른다. 그래서 신형철은 한 소설을 예로 들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내를 이해하는 길은 오로지 그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케와키 치즈루가 주연한 영화 는 바로 그런 영화였다. 인물들은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밖에 없는 선택들을 해나가고 그 일들은 여러 갈래로 꼬이기 시작한다. 그 꼬임을 푸는 과정 또한 복잡해서 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는 계속된 우울함이다. 물론 영화의 제목에서처럼 한 줄기의 '빛'은 결국 사랑을 통해 비춰오고, 그 사랑은 방식은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침묵'이다. 입장의 동일함. 그리고 말의 무상함. 어떤 말로도 사랑하는 여인의 열악한 상황을 바꿔내기 어렵다.. 더보기
[에세이] 외로움의 언어들 두 영화를 엮어본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선균과 임수정은 처음부터 강하게 끌려 뜨겁게 사랑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임수정은 매사가 신경질적이다. 이선균이 무슨 말만 해도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는 쯔네오와 함께 그의 부모님께 인사드릴 계획이었으나, 이 여정이 이별 여행이 될 것을 짐작하게 된다. 조제는 이 여행에서 쯔네오의 거의 모든 말에 어린아이처럼 반응한다. 지쳐가는 이선균. 지쳐가는 쯔네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말미로 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것이 있다. 이선균과 쯔네오가 지쳐가기 이전에 임수정과 조제가 먼저 외로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굳이 에리히 프롬의 을 인용하면, 이선균과 쯔네오는 상대에게 보호, 책임, 존경, 지식 이 네 가.. 더보기
[에세이] 고독에서 솟아난 사랑 애가(哀歌) 설렘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변한 마음. 이번 휴가는 그랬다. 여전히 그 계획 위에 서 있지만, 아직도 염려가 앞선다. 태풍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만남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한 패턴의 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을 만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늘 기대에 벗어나는 게 삶인 것을. 바다에서 가까운 숙소. 어둔 밤, 창가에는 거친 파도 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가 반복해 들려온다. 끊임없이. 내일이면 잠잠해지려나. 이젠 기대하지 않으련다. 정말 괜찮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지내는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 을 보는 게 아니었다. 사실 뭐 이렇게 될 줄 알고 봤나. 후유증은 명확했다.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졌다. 이 몸을 태워 누군가를 밝혀주고 싶은 마음이 어.. 더보기
[에세이] 조제를 통해 온, 사랑이라는 '결여' 일본 영화를 보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배우들이 있다. 그것도 흠뻑. 기억을 더듬어 보니, 세 명의 배우가 떠오른다. 의 나카야마 미호와 의 히로세 스즈 그리고 의 이케와키 치즈루.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의 이케와키 치즈루는 의 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들이 맡은 역할이, 그녀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서로 닮아 있었다.  세 명의 배우를 가만히 놓고 공통점을 생각하다 보니, 이내 연애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끌리게 되고 감정이 살아나게 했던 그녀들. 그녀들에게 마음이 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은 내 안의 어떤 '결핍'과 관련된 것이다. 사랑에 관한 결여 혹은 결핍에 관한 이야기는 평론가 신형철이 쓴 책 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