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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외로움의 언어들

[Lumix gx9 / 20mm]

두 영화를 엮어본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선균과 임수정은 처음부터 강하게 끌려 뜨겁게 사랑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임수정은 매사가 신경질적이다. 이선균이 무슨 말만 해도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는 쯔네오와 함께 그의 부모님께 인사드릴 계획이었으나, 이 여정이 이별 여행이 될 것을 짐작하게 된다. 조제는 이 여행에서 쯔네오의 거의 모든 말에 어린아이처럼 반응한다. 

지쳐가는 이선균. 지쳐가는 쯔네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말미로 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것이 있다. 이선균과 쯔네오가 지쳐가기 이전에 임수정과 조제가 먼저 외로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굳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인용하면, 이선균과 쯔네오는 상대에게 보호, 책임, 존경, 지식 이 네 가지에 이미 무뎌졌던 것이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게 이런 걸까. 불안하고 두렵고, 뭔가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상대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 지나간 관계일까. 신경질, 짜증, 불만, 어린아이와 같은 태도. 

하지만 결코 사랑하는 관계에선 한쪽 면만 봐선 안 된다. 내 아내의 모든 것 후반부에 이선균은 말한다. 자신이 외로워져 보니 평소 당신이 왜 그렇게 짜증을 냈는지를 알겠다고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사람은 특히 사랑하는(했던) 관계에서 둘 중 누구라도 외로워지면, ‘말(언어)’로 상대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를 괴롭히려는 말 뒤에는 ‘내 안에 있는 외로움을 바라봐줘’가 있다는 사실이다. 외로움. 웅덩이. 이 결핍감.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Bible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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