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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고독에서 솟아난 사랑 애가(哀歌)

[Lumix gx9 / 14mm]

설렘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변한 마음. 이번 휴가는 그랬다. 여전히 그 계획 위에 서 있지만, 아직도 염려가 앞선다. 태풍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만남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한 패턴의 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을 만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늘 기대에 벗어나는 게 삶인 것을.

바다에서 가까운 숙소. 어둔 밤, 창가에는 거친 파도 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가 반복해 들려온다. 끊임없이. 내일이면 잠잠해지려나. 이젠 기대하지 않으련다.

정말 괜찮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지내는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는 게 아니었다. 사실 뭐 이렇게 될 줄 알고 봤나.

후유증은 명확했다.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졌다. 이 몸을 태워 누군가를 밝혀주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로부터 솟아오른다. 어디서부터 온 마음일까. 있었지만 알아채지 못했던 것일까.

물론 곧 사그라들 감정일지도 모른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나타난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래. 누군가를 마음에 담으면 행복한 고통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게 만든 하늘이 내려준 우연이라는 선물이 서로를 둘이지만 하나였던 태초의 인간이 되게 한다면, 세상은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한다. 창조 이래, 이 세상엔 둘만 존재하는 듯.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둘이 되어 간다. 하나에서 다시 둘이 되어가게 하는, 선악과 이후의 연인이 되게 하는 그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한 달 후, 일 년 후>. 책에선 베르나르는 자신에게서 눈을 거두는 조제에게 말했지.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하나였다 둘이 되고 둘이었다 다시 하나가 되는 사랑의 회귀. 어렵게 시작된 사랑도 결국은 마지막이 있기에 슬픈 건가 아님 찬란하게 아름다운 걸까.

고독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랑의 시간이 그리워졌고, 조제와 프랑수아즈 사강 때문에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음의 갈피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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