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8일 일요일
슈트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체형이 변하면 입기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기장이나 허리를 늘일 수도 있고 또 요새 가성비 슈트 브랜드도 많아져서 큰 부담 없이 옷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슈트를 새로 구매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아진 슈트가 몇 개 있습니다. 옷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서 보관 중인데, 슬슬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래 방치된 친구 한 벌을 입고 외출했습니다. 타이트한 슈트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더워서 블레이저를 벗자니 작아진 셔츠가 너무 쉽게 허리에서 빠져나오고 그리고 타이를 한 목은 점점 더 조여만 옵니다. 특히 나는 볼 수 없는 뒷모습이 그리 신경 쓰일 수가 없습니다.
미셸 투르니에 글, 에두아르 부바 사진의 <뒷모습>이란 책이 생각났습니다. 다양한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에 글을 붙인 책인데 참 좋은 책입니다. 사람의 한계는 자신의 뒤통수를 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 살이 쪄 작아진 슈트가 유난히 뒷모습을 의식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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