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7일 금요일 / 평안 뒤에 감춰진 분주함
"한밤에 앉아서 나를 무시한 사람들과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서 나는 화내는 대신에 무시받음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무시받을 만한 면이 내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를 낼 이유가 없으며 무시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일부러 피할 것도 없다. 그들을 모두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될 정도로 고립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병든 아이들이 친하듯 서로 통하는 것이 우정이라면 그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난다, 2020, p.66-67)
별것 아닌 이야기 같지만 엄청난 통찰이다. 사람은 무시당하는 걸 싫어한다.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의 무시는 더 견딜 수 없다. 엄청난 분노가 든다. 세상에 무시당해도 될 대상은 없다. 그러나 살다 보면 무시당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도 무시당하는 건 싫다. 김인환 선생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서 무시받음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직면하고자 하는 용기와 스스로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감정을 덜어내고 나면 진실이 보인다. 진실이 그저 진실로 남고 그것이 진실이어도 자신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화가 가라앉는다(물론 단번에 그리될 순 없다).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면 가장 좋겠지만 그들을 모두 피하고 살 때의 결괏값은 고립이다. 고립은 사람에게 이로울 것이 없기에 그들을 만나긴 하겠으나 결코 친구는 될 수 없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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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인환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