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8일 토요일 / 당일치기 부산행 여파
"감각의 욕구에 끌려다니며 식욕과 색욕 이외에는 다른 관심이 없이 사는 생활에도 그 나름의 이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있는 것은 거짓된 밝음뿐이다. 참되고 한결같은 밝음에 가깝게 다가서려면 감각의 밤을 거쳐야 한다. 많은 책을 읽고 글자로 진리를 밝히려는 사람은 그 책들의 무게에 짓눌려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욕심을 줄이고 글자를 멀리하는 사람의 위험은 신비에 맛을 들이는 것이다. 신비의 유혹에 굴복하여 기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따라가다 보면 감성과 추리와 상상만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는 때가 온다. 재미에 기인하는 열심은 하느님께 대한 요구를 필요 이상으로 대담하게 만들고, 버릇없고 볼썽사납게 만든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난다, 2020, p.84-86)
16세기의 카르멜 수도회 신부인 '십자가의 성 요한'은 참 집요하고 한편으론 짓궂다. 그는 어떤 '앎'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좋다고 말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는 사람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이 없는 삶도 나름의 이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참된 밝음'에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밤'을 통과해야만 한다. 책으로 진리에 도달하려는 사람, 반대로 글자를 멀리하여 신비에만 몰두하여 기쁨과 즐거움만 추구하며 사는 사람. 이들도 '참된 밝음'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럼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성 요한은 '메마름'이라고 말한다. 메마름의 시간을 견딜 때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과의 진정한 사귐이 이뤄질 수 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미건조한 시간 속에서 사람은 겸손과 사랑을 기를 수 있다. 그 시간이 바로 성 요한이 말하는 '어두운 밤'이다. 이 '밤'이 어렵다. 서둘지 말고, '어두운 밤'이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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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인환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