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 화요일 / 정동 나들이 후 출근
"내면의 황야에 살고 있는 괴수를 달래지 못하면 무너져 내리는 산더미에 압사당하고 만다. 어머니는 아들을 혼돈에서 지켜주는 은신처가 될 수 있으나 보호는 아들의 존재를 왜소하게 제한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보호를 받지 않고서도 핏속에서 솟구치는 태고의 용솟음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제력을 훈련해야 한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난다, 2020, p.89-93)
몇 해 전, 요조가 하는 독립책방에 갔다가 끌린 듯 릴케의 시집을 샀다. 제목은 <두이노의 비가>였다. 집에 돌아와 읽어보려고 몇 번 시도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시라는 문학의 장르 자체가 어렵기도 했지만 릴케의 이 시는 더 쉽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시라고 했지만 난 아직 일반 시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가보다. 암튼 오늘 김인환 선생님을 통해 사람들이 이 시를 좋아하지만 이 시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자신의 책에 잘 서술해 두었다. 사실 그 이유보다 더 끌리는 대목이 있었으니 이 시에 담긴 여러 해석 가운데 한 해석이 끌렸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괴수가 살고 있다는 것. 그 괴수를 달래지 못하면 무너져 내려 산더미에 압사당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였는데, 여기서 아들은 자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의 혼돈을 잠재우는 은신처인데, 어머니의 보호는 오히려 자녀를 왜소하게 만든다는 것. 그렇기에 자식은 어머니의 보호를 받지 않고서도 내면의 혼돈을 잘 조절하여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릴케의 시를 다시 읽어봐야겠지만 그의 시 안에 이런 이야기도 담겨 있을 줄이야. 훌륭한 시에 훌륭한 통찰이다. 어머니의 품은 안전하다. 안락해서 늘 그 안에 머물고 싶다. 문제는 언젠가 끝이 있다는 데에 있다. 죽음이 아니어도 언젠가 이별이 있을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 이별을 알기에 나중을 미리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홀로 걸어야 하는 순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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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인환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