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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야의 말씀살롱 2025. 2. 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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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2일 수요일 / 눈 맞으며 조깅 출근한 날

 

"굶은 상처에 시달리며 보람 없이 살다 도시의 골목에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가더라도 인간은 내면에 신전을 세울 힘을 간직하고 있다. (...) 릴케에게는 이것들이 천사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인간의 고통 속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된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난다, 2020, p.91) 

 

릴케의 시 <두이노의 비가>를 해석한 김인환 선생의 관점이다. 그의 관점을 긍정하며 나의 이야기를 보태려고 한다. 릴케에게 인간은 '의지할 곳 없이 공허와 고통에 시달리는 존재이고 해석된 세계에서 관습에 맹종하는 존재'(88쪽)이다. 그에게 인간은 나약하고 늘 고통받는 존재이다. 그러나 릴케는 인간의 가능성을 한계 안에 가두지 않는다. 그는 인간을 가엽게 여기는 만큼 또한 적극 긍정한다. 그에게 인간은 '도시의 골목에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가더라도' 자기 내면에 '신전을 세울 힘을 간직한 존재'이다. 릴케는 하찮음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다. 사람이 정말 그러한가. 나는 정말 그러한가. 천사는 과정 없이 결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이 천사에게는 가능하다. 그러나 천사에게 없는 것이 인간에게는 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내면에 신전 하나를 세울 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은 천사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고 지지부진한 삶(고통)을 통해 내면에 꽃 한 송이를 피워내야 한다. 릴케처럼 나는 그렇게 사람을 믿어보려고 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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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자유(양장본 HardCover)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새 책을 펴낸다.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인문·예술 전반에 걸쳐 평생의 읽기와 쓰기로 그 고개 숙임의 기울기만큼이나 그 각도로 등이 굽어온 선생의 산문집이며 『타인의 자유』라 하는 바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좋아 그 읽힘에서 제목을 비롯해왔다는데 이는 이 한 권의 책이 왜 쓰이고, 이 한 권의 책이 왜 묶였는가에 대한 충분한 힌트이자 근접한 답일 것도 같다. 선생은 머리말 가운데 이렇게
저자
김인환
출판
난다
출판일
2020.03.20
 
두이노 비가
괄호 시리즈 네 번째 책『두이노 비가』. 《두이노 비가》에는 죽음과 영원, 사랑과 작별, 아름다움과 끔찍함, 열림과 닫힘, 무너짐과 태어남이 있다. 하지만 각각의 단어는 사실 없다. 이 시집에는 시가 없다. 시 대신 우리가 있다. 삶이 있다. 죽음이 있다. 사랑이 있다. 가냘프게, 그러나 간곡하게 부르는 소리가 있다. 스스로의 부름에 한계를 짓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소리다.
저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출판
읻다(ITTA)
출판일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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