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2일 수요일 / 눈 맞으며 조깅 출근한 날
"굶은 상처에 시달리며 보람 없이 살다 도시의 골목에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가더라도 인간은 내면에 신전을 세울 힘을 간직하고 있다. (...) 릴케에게는 이것들이 천사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인간의 고통 속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된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난다, 2020, p.91)
릴케의 시 <두이노의 비가>를 해석한 김인환 선생의 관점이다. 그의 관점을 긍정하며 나의 이야기를 보태려고 한다. 릴케에게 인간은 '의지할 곳 없이 공허와 고통에 시달리는 존재이고 해석된 세계에서 관습에 맹종하는 존재'(88쪽)이다. 그에게 인간은 나약하고 늘 고통받는 존재이다. 그러나 릴케는 인간의 가능성을 한계 안에 가두지 않는다. 그는 인간을 가엽게 여기는 만큼 또한 적극 긍정한다. 그에게 인간은 '도시의 골목에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가더라도' 자기 내면에 '신전을 세울 힘을 간직한 존재'이다. 릴케는 하찮음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다. 사람이 정말 그러한가. 나는 정말 그러한가. 천사는 과정 없이 결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이 천사에게는 가능하다. 그러나 천사에게 없는 것이 인간에게는 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내면에 신전 하나를 세울 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은 천사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고 지지부진한 삶(고통)을 통해 내면에 꽃 한 송이를 피워내야 한다. 릴케처럼 나는 그렇게 사람을 믿어보려고 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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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인환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20.03.20
- 저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출판
- 읻다(ITTA)
- 출판일
- 201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