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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무한으로서의 타자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사랑에 빠진 우리는 기묘한 비대칭 상태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여기서 비대칭은 자신의 욕망과 느낌은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반면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과 감정 상태는 거의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항상 사랑하는 사람을 무한정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려면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p.143)

 

기다림이 길이질수록 자신은 점점 더 작아지고, 그 반대로 사랑하는 그대는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p.144)

 

레비나스는 타자와의 마주침만이 기억과 기대에 물들어 있는 현재가 아닌, 새로운 현재를 가능하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첫눈에 반한 이성을 만난 적이 있나요? 그 사람은 분명 무한성을 갖고 있는 타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지 좋아하지 않을지, 혹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커피는 어떤 종류인지, 혹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p.153)

 

타자가 무한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내가 사전에 미리 규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자신이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사전에 예측할 수는 없다는 점이지요. 사실 이 때문에 우리는 타자와 마주칠 때 미래에 설렘 혹은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p.154)

 

강신주,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동녘, p.143-154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with 청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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