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 금요일 / 감기약이 좀 받는 듯한 날
"(...)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신적이리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자 안에는 신이 있지만, 사랑받는 자 안에 는 신이 없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 죽다>,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80-81)
사랑에 대한 논쟁은 늘 뜨겁다. 지나간 사랑을 두고 봤을 때, 사랑은 '더' 사랑했던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는가, 그보다 '덜' 사랑했던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전자일 테다. 그러나 이별을 경험한 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인이 이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시점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려나. 그것도 미지수다. 정희진 작가는 "모든 예술은 남겨진 자의 고통에서 시작된다. 떠나는 사람이 '나는 너를 버렸노라.'라고 읊는 경우는 없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118쪽) 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래서 사랑했던 사람이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모든 문학 작품은 ‘그가 나를 떠났도다, 내가 남겨졌다.’ 이렇게 남겨진 사람의 시점이기에 ‘내가 너를 버렸도다’ 이런 관점으로 쓰인 작품은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떠난 사랑을 두고 봤을 때, 더 사랑했던 사람의 고통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그녀는 사랑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질 기회를 획득한다. 토마스 만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는 사랑받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신적'이라고 말한다. 신을 정의할 때 '사랑'을 빼놓을 수 없기에 사랑하는 자는 '신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 사랑해서 더 아플 수 있지만 아픈 만큼 큰 선물도 주어짐을 믿어야 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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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토마스 만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3.05.12
- 저자
- 정희진
- 출판
- 교양인
- 출판일
- 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