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사랑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2025. 2. 21. 11:47
728x90

 

2025년 2월 21일 금요일 / 감기약이 좀 받는 듯한 날 

 

"(...)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신적이리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자 안에는 신이 있지만, 사랑받는 자 안에 는 신이 없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 죽다>,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80-81)

 

사랑에 대한 논쟁은 늘 뜨겁다. 지나간 사랑을 두고 봤을 때, 사랑은 '더' 사랑했던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는가, 그보다 '덜' 사랑했던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전자일 테다. 그러나 이별을 경험한 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인이 이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시점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려나. 그것도 미지수다. 정희진 작가는 "모든 예술은 남겨진 자의 고통에서 시작된다. 떠나는 사람이 '나는 너를 버렸노라.'라고 읊는 경우는 없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118쪽) 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래서 사랑했던 사람이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모든 문학 작품은 ‘그가 나를 떠났도다, 내가 남겨졌다.’ 이렇게 남겨진 사람의 시점이기에 ‘내가 너를 버렸도다’ 이런 관점으로 쓰인 작품은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떠난 사랑을 두고 봤을 때, 더 사랑했던 사람의 고통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그녀는 사랑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질 기회를 획득한다. 토마스 만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는 사랑받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신적'이라고 말한다. 신을 정의할 때 '사랑'을 빼놓을 수 없기에 사랑하는 자는 '신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 사랑해서 더 아플 수 있지만 아픈 만큼 큰 선물도 주어짐을 믿어야 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www.youtube.com

 
베네치아에서 죽다
한 번뿐인 일탈을 감행한다. 그렇다면 이제 떠나야 한다, 예전의 모든 것들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아셴바흐는 우연 같은 필연의 노예가 되어 불길한 습기와 육욕을 충동질하는 태양과 까마득한 피안을 동경하게 하는 바다로 가득한 베네치아로 향한다. 처음 그는 베네치아의 속물적 분위기에 악취를 느끼지만 차츰 그 타락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한 폴란드인 가족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셴바흐는 타치오라는 아름다운 소년을
저자
토마스 만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3.05.12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처럼 읽기』는 ‘여성주의’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던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의 신작으로, 저자가 2012년부터 2014년 봄까지 쓴 서평 중 79편을 선정해 수정한 책이다. 지금 저자가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글을 나누어 우리 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으며,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세 편의 글에서는 삶으로서 책을 읽는 행위
저자
정희진
출판
교양인
출판일
2014.10.20
728x90
728x90

'Sal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현  (0) 2025.02.23
영감의 원천  (0) 2025.02.22
단순한 진리  (0) 2025.02.20
뼈, 살, 피부  (0) 2025.02.19
시절  (0) 202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