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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같은 비, 다른 느낌

 

 

퇴근길 우산 없이 맞는 비는 피하고 싶은 비다. 늦은 저녁, 굼뜬 몸을 이끌고 한강에 나갔는데 작은 빗방울들이 마스크 위로 떨어졌다. 오늘 밤 비가 온다 했구나.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는 더 오지 않았다. 한강대교까지 뛸 때는 습한 기온만이 체온을 높일 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소나기처럼 비가 내렸다. 더 쏟아지기 전에 집으로 가야 할 분위기다. 다시 원효대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마스크 위로 눈을 뜨기 힘들 만큼 쏟아진다. 소나기 같았다. 비가 내리자 한강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깔깔대며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달아난다. 나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계속해서 뛰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힘이 났다. 뜨거웠던 체온이 조금씩 내려감을 느꼈다. 초여름, 비를 맞고 축구할 때마다 느낀 바이지만, 운동할 때 내리는 비는 몸에 축적되어 있는 기운을 끌어올려 줬다. 옷이 기분 좋게 젖을 만큼 내리던 비는 잠시 몸의 기운을 회복시켜줬다. 

퇴근길 우산 없이 맞는 비는 피하고 싶은 비다. 땀 흘리기로 작정한 길에 우산 없이 맞는 비는 퇴근길 마주하는 비와는 다른 비다. 같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지만, 다른 느낌의 비였다. 엄연히 같은 비지만, 다른 비였다.

*비라니. 내가 지금 비라고 했나. 내게 1일 1깡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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