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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

달리기를 하다 보면 한계에 다다를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한강대교에서 원효대교로 쉼 없이 달려오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다. 뛰기로 약속한 구간에서 걷는다는 건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든 끝까지 뛰어야 했다. 가슴이 답답해왔다. 멈추기는 싫고(멈추고 싶고) 끝까지 뛰고 싶었다(당장 걷고 싶었다).

 

한계의 순간이 다가오려 하자, 산티아고 순례 중에 고통을 잊을 수 있었던 몇몇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그 경험은 지금도 이러한 방식으로 떠오르고는 한다. 육체의 고통을 벗어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떤 생각에 깊이 몰두하는 것이다. 생각에 빠져들면 장소에 대한 기억마저 잊혔다. 어디를 지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고통을 벗어나는 다른 한 방식은 목적지를 바라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만 내딛는 것이었다. 특히 이 순간에는 호흡에 집중해야 했는데, 호흡이 흐트러지면 육체의 고통은 이내 돌아왔다. 호흡과 걸음에만 집중해야 했다. 

 

달리는 순간, 생각에 빠져들기에는 너무 늦은 걸 알았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의 호흡과 앞에서 걷고 있고 또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만을 바라보기로 했다. 다행히 목적지까지 멈추지 않고 뛸 수 있었지만 도착하자마자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매 순간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따금씩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정신(집중)이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게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단,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고통의 한계치를 비교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는 점이다. 옆에 나보다 잘 뛰는 사람이 지나가도 절대 넘볼 일이 아니다. 난 내 갈길을 가야 한다. 끝!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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