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3일 화요일
저도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인가 봅니다. 사무실 이전을 마쳤습니다. 흩어진 직원들이 이제 서로 책상을 마주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효율과 편의, 불편함이 공존하게 됐습니다. 어찌 되었든 자리를 정해야 했습니다. 6년 차 직원 하나, 5년 차 직원 하나, 6개월 직원 하나, 3개월 직원 하나가 있습니다. 물론 이 회사에서의 일한 경력과 연급이 잘 들어맞진 않지만 그래도 상황상 자리 배치의 우선권이 주어질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요즘 사람이 되고자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자리의 우선권을 선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가 정해지길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온 직원들이 별말을 하지 않다가 사다리 타기를 하자고 합니다. 순간 응? 했습니다. 다들 원하는 자리도 있지만 피하고 싶은 자리도 있는 것을 압니다. 최근 입사한 이들은 선임들의 눈치를 보긴 봤지만, 굳이 오래 일한 이들에게 자리 우선권을 주고 싶어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결론을 말하자면 연차 순대로 자리가 정해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요즘 친구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배려와 존중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에 중요한 덕목이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밀어붙이는 상황도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알아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말입니다.
제 속마음을 압니다. 표현은 안 했지만 정해 놓은 바가 있었습니다.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서 기다렸습니다. 최근 입사한 이들이 알아서 우선권을 줄 거라 믿었기에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그리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가 두목에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오냐오냐해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두목, 곱상하게 굴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혀요. 두목이 그렇게 오냐오냐하면 인부들 자신이나 우리 일에 좋을 게 없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 신세가 딱하게 되는 게, 인부들이 일을 제멋대로 하다 결국은 망쳐 버려요. 인부들 신세도 딱해지는 거고. 두목이 세게 나오면 인부들도 두목을 존경하고 일을 합니다. 두목이 물렁하게 나오면 인부들은 일을 몽땅 두목에게 밀어 버리고 나 몰라라 한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조르바가 했던 이야기의 말뜻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갑니다. 꼰대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