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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제주의 인연

 

혼자 온 여행객이 많은 장소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기 마련인가보다

 

대부분 20대 여행객들로 붐비는 숙소에 간혹 나와 같은 30대 사람들도 눈에 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형 한 분과 음료 한 잔을 나누게 되었다.

 

사진작가로 일하는 그 형님은 홍대에서 강의도 하는 멋진 분이었지만

무엇보다 나의 호기심을 끌었던 건 

최근 몰래 이사 간 효리 누님(?)의 제주 집에도 자주 들락날락 할 정도의 사이라는 것

휴대폰에는 형님이 찍어 준 효리 누님의 사진과 상순이형의 사진이 가득하더군.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형님의 독특한 이력을 듣게 됐다

 

20대 초반, 까칠하기로 유명한 한 존경하는 교수님과 공부하고자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다시 그 길에서 떠났다고 한다

 

마치 대기업 입사를 하기 위해 애쓰는 신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모두가 즐겨 가는 그 길을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거 같아서 

다른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내 신분을 노출하지 않을 수 없어 이야기를 조금 보탰더니

서로의 길이 다를 뿐이니 자신의 푸념에 너무 신경 쓰진 말라고 하더라

 

서울에서 혹은 강정에서 평화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유랑민 형님은 

삶의 곳곳에서 비폭력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더라

 

1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던 형은 

로운 삶의 전환을 맞고자 머지않아 치앙마이나 유럽으로 갈 거라 한다.

 

처음으로 홀로 떠난 제주기행에

난 올레 7코스와 6코스를 걸었다

 

하지만 두 코스 모두 역방향으로 걸었다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정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앞으로 내 인생도 이와 비슷할 거 같다

 

세상이 예뻐하는(?) 그 길을 벗어나 역방향의 인생을 걷느라 좀 고독하긴 하다만

그래도 이 길을 함께 걷는 분들이 있어 그렇게 외롭진 않다.

 

#. 사진은 형님이 숙소에서 만들어준 조촐한 조식이다참 고마웠다각자의 길을 걷다 인연이 닿는 곳에서 다시 만나길.

 

 

이작가야의 아틀리에

이작가야의 아틀리에(Atelier)입니다. Lee's Atelier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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