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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새벽] 기드온 사람들의 절박함

20190921 청파교회 새벽설교

기브온 사람들의 절박함 

<여호수아 9장 22-27절>

22. 여호수아가 그들을 불러다가 말하였다. "당신들은 우리 가까이에 살면서, 어찌하여 아주 멀리서 왔다고 말하여 우리를 속였소?
23. 당신들이 이렇게 우리를 속였기 때문에, 당신들은 저주를 받아서, 영원히 종이 되어, 우리 하나님의 집에서 나무를 패고 물을 긷는 일을 하게 될 것이오."
24.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였다. "우리가 그렇게 속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주 하나님이 그의 종 모세에게 명하신 것이 참으로 사실임을 우리가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이 땅을 다 이스라엘 사람에게 주라고 명하셨고, 이스라엘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을 다 죽이라고 명하셨다는 것을, 우리가 들어서 알았습니다. 우리가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가 이스라엘 사람 때문에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입니다.
25. 이제 우리를 마음대로 하실 수 있으니, 처분만을 기다리겠습니다."
26. 여호수아는 그들을 보호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지 못하게 하였다.
27. 바로 그 날로 여호수아는 그들을, 회중을 섬기고 주님의 제단을 돌보는 종으로 삼아, 나무를 패고 물을 긷는 일을 맡게 하였다. 그들은 오늘까지 주님께서 택하신 곳에서 그 일을 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

안녕하세요. 이 자리에서 오랜만에 뵙습니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이 자리를 지키는 여러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그사이에 새롭고 낯선 경험을 하고자 저 먼 나라 포르투갈도 다녀오고, 추석 명절을 맞아 간만에 부모님도 뵙고 왔습니다. 그렇게 두 주를 보내고 나니 계절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역시나 시간과 계절은 어김없이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현명한 기브온 사람들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여호수아 9장의 말씀인데요. 9장의 상황은 대략 이러합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 개의 성’ 사람들과 커다란 전투를 치릅니다. 이 두 개의 성이 ‘여리고 성’과 ‘아이 성’이라는 사실을 여러분께서는 잘 아실 겁니다. 이렇게 커다란 두 개의 전투를 치른 이스라엘 백성들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습니다. 

‘길갈’이라는 곳에 진을 진 채, 쉬고 있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한 이방 민족이 다가옵니다. 그들은 바로 ‘히위 족속’의 성읍(고을)이었던 ‘기브온’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의 계속된 승리 소식은 인근에 살고 있던 ‘주변 국가’들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말하길 헷 사람, 아모리 사람, 가나안 사람, 브리스 사람, 히위 사람, 여부스 사람의 모든 왕이 이스라엘의 계속된 승리 소식을 듣고, 함께 힘을 합쳐 이스라엘에 맞서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습니다(1-2). 

그런데 이 민족들 가운데, 특별히 ‘히위 사람들’의 성읍이었던 ‘기브온’ 사람들이 여호수아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잘 보여 자신들의 목숨을 구제받길 바랐습니다. 주변 국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기브온 사람들’이 마치 배신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테지만, ‘기브온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땐, 현실 상황에 대한 현명한 판단과 자신들이 가진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아주 멀리서부터 온, 전혀 다른 의도가 없는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자신들의 모습을 누추하게 꾸몄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의 절박함

그래서 그들은 상대 민족의 작은 의심 속에서도 자신들을 잘 포장하여 무사히 받아들여 지게 됩니다. 종이 되겠다는 그들과 평화조약을 맺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약을 맺은 지 3일이 지나고 나서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평화조약을 맺겠다는 그들은 자신들의 가까운 이웃이었고, 그저 자신들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들을 불러 말합니다. “당신들은 우리 가까이에 살면서, 어찌하여 아주 멀리서 왔다고 말하여 우리를 속였소? 당신들이 이렇게 우리를 속였기 때문에, 당신들은 저주를 받아서, 영원히 종이 되어, 우리 하나님의 집에서 나무를 패고 물을 긷는 일을 하게 될 것이오.” 

그는 자신이 속았다는 그 억울한 심정을 기브온 사람을 저주하는 방식으로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기브온 사람들은 오히려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속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주 하나님이 그의 종 모세에게 명하신 것이 참으로 사실임을 우리가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이 땅을 다 이스라엘 사람에게 주라고 명하셨고, 이스라엘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을 다 죽이라고 명하셨다는 것을, 우리가 들어서 알았습니다. 우리가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가 이스라엘 사람 때문에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를 마음대로 하실 수 있으니, 처분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하나님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하신 말씀은 지금까지 모두 이루어졌는데, 그분이 내리신 명령이 바로 자신들이 사는 땅의 멸망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웠습니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도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모험을 감행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사람들의 사정

여호수아는 그들을 보호하기를 결정했습니다. 그 누가 기브온 사람들의 이 절박한 심정을 듣고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이스라엘 민족 내부에서 임무를 맡게 되는데, 그것은 곧 이스라엘 민족을 섬기고 하나님의 제단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때 그 일을 계기로 오랜 시간 제단 돌보는 일을 감당하게 됩니다. 

사실 아무리 문제가 많아 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의 내력에 귀 기울여 보면, 이해되지 않거나 공감 가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이야기나 사정이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잘 못 됐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내가 가진 생각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자주 필요한 것은 바로 ‘침묵’입니다. 

생존을 위한 작은 투쟁

그리고 한편으로 기브온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은 절박했다는 것입니다. 기브온 사람들이 이스라엘 민족을 속인 건, 어쩌면 생존을 위한 작은 투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살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살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좀 무리가 되는 일이 될지라도 또 평소 같으면 시도하지 못할 일이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어떤 시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용기와 무모함이 때론 새로운 날들로 꽃피우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요즘 여러분들의 삶은 어떠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아니면 반대로 어떤 절망의 심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늘 우리 가까이 계시지만, 우리가 그분의 현존을 가장 잘 알아차리게 되는 때는 아무래도 ‘절박한 시간’, ‘절망의 감정’을 통해서임을 부인할 순 없습니다. 

내 삶에 있는 한계와 어려움이 여러분을 주님 곁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우리 삶을 한 발자국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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