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4일 토요일 / 에어컨 없어 지내는 두 사람이 신경 쓰이는 날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어떻습니까?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합니다. 지금 전 세계 수억의 사람들이 보는 '유튜브' 역시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영상 클럽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위대한 사명을 가지고 거시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한동일, <라틴어 수업>, 흐름출판, 2023, p.57-58)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텍스트힙(text-hip)'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 책 읽는 모습이나 자신이 읽은 텍스트를 SNS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과시용으로 업로드를 하는 것이다. 나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좋았던 글귀와 짧은 소견을 글로 남겨 뭔가를 과시(?)했으니 이미 텍스트힙 현상에 편승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과시'가 아주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지만, 아직 독서 분야에 있어는 책과 과시는 왠지 함께 가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 읽기는 뭔가 진중해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런가?) 그런데 작가 황석영은 '텍스트힙' 현상을 두고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공부란 원래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말한다. 작가 황석영은 "독서는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마치 "작은 아령부터 시작해 근육을 키워 나가는 것처럼, 독서력도 일단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공부라는 게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교수도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뭔가를 배우려는 동기가 좀 있어 보이려고 혹은 좀 젠체하려는 것이면 어떠냐며 위대한 일도 최초의 동기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의 공부는 너무 원대하고 거창하게 시작됐다. 그리고 그러한 시작이 늘 부담을 주었고 알 수 없는 경쟁을 만들어 냈다. '텍스트힙'은 좋다. '텍스트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것이 계기가 되어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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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한동일
- 출판
- 흐름출판
- 출판일
-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