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 금요일 / 조깅을 위한 러닝 고글을 샀다
"공생은 서로 돕는 게 아니라
이용하고 착취하는 거라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하지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이득을 보도록
모든 생물종은 설계되었다고,
그들에게서 이타성을 읽어내는 것은
인간적인 생각이나 바람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나희덕, <시와 물질>, 문학동네, 2025, p.20-21)
공생은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의 편에서 보자면, 모든 생물종은 이득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것을 내어주기 마련이고 이것이 공교롭게도 공생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생선을 죽지 않고 육지까지 데려오기 위해 천적을 그 통에 넣어주는 것과 같은 원리인가?) 아무튼 우리가 생물의 공생 관계를 보며 거기서 이타성을 읽는다면 그것은 그저 인간의 바람이 투영된 것에 불과하다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시인은 이 생각이 그저 인간의 바람이 투영된 것일 뿐이라고 하여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이득을 보는 게 생물종들이라고 하지만 만약 어떤 생물이 다른 생물에게 득이 되는 것을 주게 될 때, '기꺼이' 혹은 '거저' 주게 된다면 그것을 이용과 착취의 관계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견해 또한 인간적인 생각이나 바람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이렇게 적당히 합의하고 싶다. 알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그냥 서로 모른다고 말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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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나희덕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