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향락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2025. 2. 25. 16:09
728x90
반응형

 

2025년 2월 25일 화요일 /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했던 오전 

 

"아셴바흐는 향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고 마음껏 놀거나, 느긋하게 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 특히 젊은 시절에 그랬는데 - 불안감과 거부감 때문에 곧 다시 아주 힘든 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숙하게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소임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 죽다>,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74) 

 

잘 놀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주어져도 잘 놀지 못한다. 잘 노는 사람들이 볼 때, 이들은 바보, 멍청이다. 내가 그렇다. 향락을 좋아해 봐야 얼마나 대단한 향락이겠냐마는 향락의 언저리에 갈 기회가 생겨도 정신을 부여잡고 나를 놓지 못한다. 혹은 그런 향락의 언저리에 갔다고 생각되는 날의 다음 날에는 '아주 힘든 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숙하게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소임'으로 되돌아가는 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자학적인 마음으로 보일 테지만) 향락을 취한 다음 날에는 고독 속에 나를 방치하거나 혹은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가 오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죄 사함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저마다의 심리 깊숙이는 무엇이 살고 있는지 다 알 수 없고, 그 근처만 다녀올 뿐이다. 아셴바흐, 극 중 인물을 빙자한 토마스 만의 젊은 시절도 그러했다. 근원적인 불안감과 알 수 없는 거부감. 이는 사람을 부자유하게 만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www.youtube.com

 
베네치아에서 죽다
한 번뿐인 일탈을 감행한다. 그렇다면 이제 떠나야 한다, 예전의 모든 것들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아셴바흐는 우연 같은 필연의 노예가 되어 불길한 습기와 육욕을 충동질하는 태양과 까마득한 피안을 동경하게 하는 바다로 가득한 베네치아로 향한다. 처음 그는 베네치아의 속물적 분위기에 악취를 느끼지만 차츰 그 타락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한 폴란드인 가족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셴바흐는 타치오라는 아름다운 소년을
저자
토마스 만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3.05.12
728x90
반응형

'Sal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있지 않음의 기쁨  (0) 2025.02.28
  (0) 2025.02.26
표현  (0) 2025.02.23
영감의 원천  (0) 2025.02.22
사랑  (0)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