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5일 화요일 /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했던 오전
"아셴바흐는 향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고 마음껏 놀거나, 느긋하게 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 특히 젊은 시절에 그랬는데 - 불안감과 거부감 때문에 곧 다시 아주 힘든 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숙하게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소임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 죽다>,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74)
잘 놀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주어져도 잘 놀지 못한다. 잘 노는 사람들이 볼 때, 이들은 바보, 멍청이다. 내가 그렇다. 향락을 좋아해 봐야 얼마나 대단한 향락이겠냐마는 향락의 언저리에 갈 기회가 생겨도 정신을 부여잡고 나를 놓지 못한다. 혹은 그런 향락의 언저리에 갔다고 생각되는 날의 다음 날에는 '아주 힘든 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숙하게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소임'으로 되돌아가는 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자학적인 마음으로 보일 테지만) 향락을 취한 다음 날에는 고독 속에 나를 방치하거나 혹은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가 오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죄 사함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저마다의 심리 깊숙이는 무엇이 살고 있는지 다 알 수 없고, 그 근처만 다녀올 뿐이다. 아셴바흐, 극 중 인물을 빙자한 토마스 만의 젊은 시절도 그러했다. 근원적인 불안감과 알 수 없는 거부감. 이는 사람을 부자유하게 만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www.youtube.com
- 저자
- 토마스 만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