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모

[에세이] 한강변을 뛰다가 엉뚱한 생각이 들다 한강변을 뛰다가 힘든 몸에 긴장감을 줄 어떤 도구가 필요함을 느꼈다. 음악이었다. 그래서 평소 잘 듣지 않던 아이돌 노래를 듣게 됐고 이 친구들의 음악이 몸에 텐션을 주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여러 날을 별생각 없이 뛰다고 오늘 굉장히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의 저작권에 관한 생각이었다. 곡 하나 잘 써서 인기를 끌면, 노래 한 곡으로도 엄청난 수입이 생긴다는 생각이었다. 요즘은 개인 방송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졌는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예술. 노래. 저작권. 신고. 노래 한 곡이 수입원이 되고 그렇기에 누군가 함부로 그 노래를 개인적으로 취할 때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시스템. 잘 체계화된 것 같지만 바람직한 세상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보기
[에세이] 견주어보며 걷는 길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념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으며 때론 사람도 그러하다. 나는 친구 녀석이 가리킨 나무를 보며 은행나무라 말했고, 어이가 없다는 듯 녀석은 이 나무는 은행나무가 아닌 플라타너스라고 말했다(사강 때문에 특별해진 “이 플라타너스”). 비교해보니 알겠더라. 개체로 있을 땐 잘 모르겠던 것이 비교를 통해 개별성이 드러나ᄀ.. 더보기
[에세이] 모기에 담긴 추억 가을이 오면 모기가 극성이다. 알람도 한 번에 깨우지 못한 이 무거운 몸뚱이를 모기는 단번에 일으킨다. 귓가에 왕왕대는,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그 기묘한 날개소리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 대체 어떻게 집으로 들어왔나, 모기의 유입경로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 길어지면, 집안을 완전히 밀폐시키고 에프킬라를 잔뜩 뿌려놓은 뒤 산책을 나갔다와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모기 포획방법은 어렸을 때 엄마, 누나와 함께 늦여름 저녁마다 하나의 의례처럼 행했던 방법이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모기가 추억 하나를 불러온 것이다. 단잠을 자기 위해 집안을 에프킬라로 가득 채운 뒤 산책을 나갔다 왔던 그 시간들을 가을 모기가 물고 온 것이다. 살다 보면 잊혔던 옛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잊은 줄.. 더보기
[에세이] 낯선 이와 함께 가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특정한 경험 속으로 들어가면, 평온한 일상에서의 자신이 아닌, 특별하고 낯선 이가 출현한다. 아니다. 기억이 난다. 이전에 만났던 익숙한 이가, 잠들어 있던 이가 스멀스멀 출현한 것임을. 잠시 외면했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바뀐 것은 없지만, 여전한 그이지만, 돌아온 걸 환영하고,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자신을 내려놓고, 이전의 네가 아닌 솔직하고 예의 없는 모습으로 가거라.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더보기
[에세이]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이 헤르만 헤세의 소설 에는 재밌는 구절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싯다르타와 카말라가 나누는 대화이다. 카말라는 자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옷, 신발,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싯다르타에게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찾게 되면 그때가 돼서야 다시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싯다르타는 카말라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야 그 세 가지를 가장 신속하게 얻을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러자 카말라는 말한다. "이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싶어하지요. 당신이 배운 일을 하셔야지요. 그리고 그 대가로 돈과 신발과 옷을 얻도록 해야지요. 가난한 사람이 돈을 손에 쥐는 데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도대체 당신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지요?" (헤르만 헤세, , 민음사, p.8.. 더보기
[에세이] 감정이 가진 힘 어떠한 감정이든 지나가기 마련이고, 어떠한 감정이든 되살아나기 마련입니다. 사람에게 감정의 지분은 꽤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감정은 참 힘이 세더군요. 그래서 가끔, 삶이 무료할 땐 그 힘에 기대 보기도 하는 거고요. 사강(sagan)이 그녀의 소설 에서 한 말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잘 나눠 가진 것은 상식이 아니라 감정이다.”라는 그 말에요.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상냥할 수 있다는 특권 책을 읽다가 생각지 못한 단어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녀는 엄청난 무력감의, 엄청난 상냥함의 포로였다.” (프랑수아즈 사강, ) 상냥함. 누군가에게 상냥할 수 있다는 건, (무엇도 욕망하지 않아) 마음에 생겨난 엄청난 여유의 경지이거나, (찰나일지언정) 바라던 욕망이 채워져서 마음이 온순해진 상태이거나, (영혼을 소외시킴으로) 철저한 직업 정신이 발현될 때 가능해지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조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걸 알면서도, 이 조급함은 손에 잡히지 않는 모래알처럼 손 마디마디로 흘러내린다 🤲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 더보기
[에세이] 살다 보면 날 것 그대로 표현해보자면, 살다 보면, 일을 저질러야 할 때가 있고, 일이 저질러지는 경우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문제를 일으켜야 할 때가 있고,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가끔, 모든 것이 선택-되어졌다고 생각되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또 어떤 날은, 모든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선택-되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코헬렛(קהלת)의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 더보기
[에세이] 외로움의 언어들 두 영화를 엮어본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선균과 임수정은 처음부터 강하게 끌려 뜨겁게 사랑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임수정은 매사가 신경질적이다. 이선균이 무슨 말만 해도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는 쯔네오와 함께 그의 부모님께 인사드릴 계획이었으나, 이 여정이 이별 여행이 될 것을 짐작하게 된다. 조제는 이 여행에서 쯔네오의 거의 모든 말에 어린아이처럼 반응한다. 지쳐가는 이선균. 지쳐가는 쯔네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말미로 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것이 있다. 이선균과 쯔네오가 지쳐가기 이전에 임수정과 조제가 먼저 외로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굳이 에리히 프롬의 을 인용하면, 이선균과 쯔네오는 상대에게 보호, 책임, 존경, 지식 이 네 가.. 더보기
[에세이] 입장의 동일함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이 관계의 최고형태 입니다. 신영복,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