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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버려진 양말 버려진 양말 묵혀둔 빨래를 돌렸다. 가전기기가 많은 일을 도맡아 주는 요즘 세상 오늘도 세탁기에 신세를 진다. 이틀 동안, 젖은 빨래를 빨래걸이에 잘 말려둔다. 마른빨래를 갠다. 큰 빨래부터 작은 크기의 빨래를 차례대로 갠다. 마지막 양말 차례다. 마지막 한 켤레의 짝이 안 맞다. 어딘가에 빠뜨린 것이다. 빨래를 꺼내다가 구석에 떨어뜨렸던지, 아니면 애초에 세탁기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존재 미안한 마음에 세탁기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있을 법한 후미진 곳을 살폈는데도 그 녀석은 없었다. 포기하려던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깨끗이 빨아졌건만 제대로 널어주지 못해 구운 오징어처럼 구겨진 나의 양말 한쪽. 다른 옷가지 사이에서 보호색을 띠며 누워있다. 찾았으니 .. 더보기
[에세이] 습기로 가득찬 인간 집 안이 습기로 가득하다. 그 집에 사는 이도 습기를 먹어 습도가 높아졌다. 밖으로 나가본다. 바깥은 장마. 바깥은 습기였다. 습기로 가득하지 않은, 습기 그 자체였다. 우산을 들고, 습도가 낮은 곳을 향해본다. 버스, 책방, 카페, 이야기 그리고 다시 집. 다들, 건조하게 지내나 궁금해졌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 네이버 블로그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 더보기
[에세이] 생각이 운명이 되기에 너의 생각을 조심하라. 생각이 곧 말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말을 조심하라. 말이 곧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행동을 조심하라. 행동이 곧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습관을 조심하라. 습관이 곧 너의 성격이 되기 때문이다. 너의 성격을 조심하라. 성격이 곧 너의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작자 미상, “조심하라" 🌳 자신을 갉아먹는 생각이 샘솟는 날이 있다. 그럴 땐, 삶에 단 하나의 희망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한숨 잠이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 무디게 해준다. 시인은 하나의 생각이 한 사람의 운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생각이 운명이 되는 여정을 시로 보니 실감이 난다. 그래서 릴케는 말했지. “명칭을 다룸에 있어서 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쁜 행동을 표현하는 명칭이 종종 한 인생을 망쳐놓는 .. 더보기
[에세이] 자기라는 감옥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말을 건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 내밀기 전에는 누군가 나를 먼저 바라봐주기는 쉽지가 않다 상대는 내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으면 내게 말을 건네 달라 손 내밀지 않으면 한 명의 사람이든 여러 명의 사람이든 내 속내를 알 수 없는 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이제는 앎에도 불구하고 난 어찌하여 지금 고립된 거 같다고 그래서 내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손 내밀어달라 선뜻 말하지 못하는가 자존심 문제인가 아님, 아이같은 마음이 문제인가 사내의 심보라 그러한가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 순간 나는 또다시 고립에 빠져들게 된다 반복되는 패.. 더보기
[에세이] 아는 만큼 보인다 하였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 하였던가 자막 없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아도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건, 아는 것만 들리기 때문이리라 고전을 반복해서 읽어도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잘 다가오지 않는 것은, 내 인식의 한계 때문이리라 아는 의미만 반복해서 머리에 남고 가끔 오역도 하게 되는 것이리라 친구와 대화를 반복해서 하더라도 같은 반응만 하게 되는 것은, 친구의 의중보다 내게 들리는 의미에만 반응하기 때문이리라 연인의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듣더라도 같은 조언만 반복하게 되는 것은, 그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나'라는 자아에 갇힌 장벽 때문이리라 그렇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만 반복해서 보게 되는 한계 속에 갇힌 존재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평생, 실수와 후회라는 연금술을 통해 깨닫고 알아가는 수밖에 다.. 더보기
[에세이] 버릴 경험은 없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 지금처럼 약간의 열정과 약간의 비실거림으로 살던 그때. 축구를 좋아했고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았기에 동해시 시골 축구팀 중 한 곳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연습 경기가 있던 날. 윙백인지 미들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포지션에 위치해 있었고, 나에게 온 볼을 크게 돌린다고 최종 수비수에게 패스를 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상대 공격수가 백패스를 가로챘고 쏜살같이 달리더니 우리 팀 골문의 그물을 흔들었다 불곰 같았던 코치님이 나를 부르더니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내 뺨을 후려쳤다. 갈겼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순간 정신이 멍했고 아픔보다는 두려움과 창피함이 몰려왔다.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다시 운동장에 투입되었는데, 바로 정신이 .. 더보기
[시] 마음의 쉼 마음의 쉼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쉼 없음은 미련한 몸의 복수일지도 쉬어도 아직 요원하기만 한 마음의 봄 진정한 봄은 호흡 끝에 이르러서야 가능할는지 누군가를 찌른 가시는 나를 찌른 가시였음을 누군가를 찌를 가시는 내가 찔린 가시였음을 돌보지 못한 굼뜬 마음은 유입되는 사랑을 자꾸만 차단시킨다 🌿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 안녕하세요.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 www.youtube.com 더보기
[기도] 2020년 1월의 기도, 4 사랑의 하나님! 오늘 이 시간, 주님 앞에 드리는 기도는 한 시인의 시 한 편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시와 같이 되기를 그리고 시처럼 빛나는 삶이 되길 바라봅니다. 새해에는 남 부럽지 않게 살겠다고 홀로 다짐하지 않게 하소서! 좀 부러워도 하고 질투도 하면서 모자란 만큼 착실하게 살게 하소서! 새해에는 신세 지지 않고 살겠다고 홀로 다짐하지 않게 하소서! 허점도 있고 좀 기대기도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갚아가며 살게 하소서! 새해에는 한 점 허물없이 살겠다고 홀로 다짐하지 않게 하소서! 실수도 하고 때로 오점도 남기면서 늘 돌아보고 맑아지며 살게 하소서! 박노해 시인의 숨 고르기, 주님! 박노해 시인의 이 고백과 시인의 정직한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좀 부러워도.. 더보기
[시] 지독한 고독 ​​​​​ 사랑은 지독한 고독인 것을​​​​ 사랑의 명패가 달린 감옥으로 안내받아 갇혀버린 그는 자신의 의지로 탈출을 할 수 없다 사랑이란 이름 하에 사랑하는 이를 옥죄고 벽에 밀어붙여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일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자신을 탓할 수 없다지만 그렇다면 어느 누가 이 일의 책임자인가 끊어내야 하나 끊어져야 하나 상대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하에 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또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면 그곳에 있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외로운 이 고독에서, 설명해 낼 수 없는 이 답답함 속에서, 꺼내줄 이 누구겠는가 구원의 손 길은 어디서부터 향해 와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일까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 더보기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와 눈에 띄는 시 한편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처음 읽어본 그의 시는 잔잔하지만 강렬했다. 일본의 시인이자 서예가인 ‘아이다 미쓰오’의 시다. “그토록 강렬한 삶을 살았으므로 풀은 말라버린 후에도 지나는 이들의 눈을 끄는 것. 꽃은 그저 한 송이 꽃일 뿐이나 혼신을 다해 제 소명을 다한다. 외딴 골짜기에 핀 백합은 누구에게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꽃은 아름다움을 위해 살 뿐인데, 사람은 ‘제 모습 그대로’ 살지 못한다. 토마토가 참외가 되려 한다면 그보다 우스운 일 어디 있을까. 놀라워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 자신을 우스운 꼴로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언제나 강한 척할 필요는 없고, 시종일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