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인문학 75

타락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자네는 너무나 군사정권을 미워하고, 그들과 너무 오랫동안 싸움을 하고, 그리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해 왔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 못지않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어. 그토록 비참한 타락을 겪으면서까지 추구할 만큼 고귀한 이상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고 너무 가벼우면 날아간다. 날아가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가라앉아도 안 된다. 그런데 굳이 비교하자면 어쩌면 가라앉는 것보다 날아가는 것보다 더 나은지 모른다. 가벼워서 날아가는 것은 보통 자기 자신이다. 항상 1이다. 망쳐도 혼자, 성공해도 혼자이다. 하지만 가라앉는 사람은 어떠한가. 무거워서 가라앉는 사람은 보통 자기 자신에 1이 더해지거나 1 이상이 더해진다. 자기 선에서 끝나지..

Salon 2024.10.22

질문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죽음은 대답이 아니라 하나의 큰 질문이다. 마지막 순간에 오는 깨달음은 질문의 형식으로 온다. 죽음은, 유일한 질문이다. 삶의 모든 경험이 바쳐져서 만들어낸 단 하나의 질문이다." 죽음은 종착지다. 그래서 죽음은 우리가 얻게 될 마지막 대답인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죽음이 대답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질문이라면? 죽음 가까이 간 사람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답이 있어야 하는 하나의 질문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혼란스럽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 온 삶의 경험은 무엇을 위함이었던가! 또 삶의 모든 경험이 바쳐서 만들어낸 단 하나의 결과물이 죽음이라면 삶을 지속해야 했던 당위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그래서 사람은 죽음 이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질문은 답이 있어야 한..

Salon 2024.10.19

작품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누군가를 꿈꾸는 자는 누군가가 꿈꾼 자이다. 누군가가 꿈꾼 자가 누군가를 꿈꾼다. 작가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보르헤스의 답은 이렇다. 위대한 다른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작가가 태어난다. 작가가 작가를 태어나게 한다."  이게 어디 작가들만의 이야기겠는가. 위대한 작품은 한 사람을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과의 만남이 한 존재를 새롭게 빚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의 인물은 어쩌면 실제로 실재하는 인물일는지 모른다. 글과 조각, 그림은 사람을 빚는 재주가 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10.11

영감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영감은 창작의 실마리가 아니라 매듭이다. 고민하고 애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창작자의 작업실로 찾아와 한 세계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 영감이다. 용 그림의 눈동자는 마지막에 찍힌다. 신은 흙으로 만들어진 형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 역은 아니다. 창작자의 고민과 수고의 산물인 흙의 형상이 있어야 신은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영감에 의지해서 자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의 지난한 수고의 과정 속으로 영감이, 은총처럼 임한다."  새로운 이야기다. 나는 영감을 전해주는 요정 '뮤즈'가 찾아와야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쓰고 그리고 만드는 모든 (창조) 행위자는 영감을 받아서 그 일을 시작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보르헤스는 정확히 그 반..

Salon 2024.10.10

꿈꾸는 사람

2024년 10월 7일 월요일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은 그때까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있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 인물, 한 세계가 태어난다.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 이 인물들과 이 사상들과 이 세계들이 그냥 태어났겠는가. 그럴 리 없다. 보르헤스의 소설 속 꿈꾸는 사람이 그런 것처럼, 우리가 아는 훌륭한 작가들은 생명을 가진 참 인간과 사상, 의미 있는 세계를 창조해서 이 세상에 내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오직 그것만이 그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했을 것이다."  실용주의자들 관점에서 꿈꾸는 사람들은 쓸데없어 보인다. 이 세상에,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 속 인물들을 실제의 사람들보다 더 가깝게 느낄 때가..

Salon 2024.10.08

문학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문학에 유사종교적 기능이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종교의 거울이다. 인간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추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종교에는 관심이 없지만 문학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문학에는 흥미 없지만 종교에는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만약 문학과 종교, 종교와 문학이 서로 다른 게 아니라면? 두 가지 분야 다 인간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분야라면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학은 종교의 거울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판 사람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

Salon 2024.10.06

타인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모두가 각자의 전장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 비록 타인에게서 지옥을 마주할지라도 그에게 친절을 베풀라." 통찰이다. 본능을 넘어선 말이다. 호불호로 사는 삶은 쉽다. 불호를 불호로 대하는 건 쉽다. 불호를 호로 대하는 게 늘 어려울 뿐. 불호도 사연이 있을까. 거기까지 상상하는 게 늘 어렵다. 불호는 저 먼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 같다. 그러나 이 세상은 멀티버스가 아님을 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라 타인의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28

주는 것

2024년 9월 23일 월요일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떠다니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바닥에 안착시켜 주었다. 특히 사랑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라는 말에서 그러했다. 그는 사랑은 활동이자 참여이며,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낭만적 사랑에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진 못할 것이다. 정리해 보자. 사랑은 상대방의 일에 깊은 관심을 두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일에 동참..

Salon 2024.09.24

변화

2024년 9월 20일 금요일  "그렇다면 시간과 관련해서는 이런 일을 해야 하리라.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변해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변하지 않으면 좋을 것들이 변하지 않도록 지켜내고, 변해야 마땅한데 변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변할 수 있도록 다그치기"  이 세 가지를 안다는 건 엄청나게 훌륭한 일이다. 삶에 있어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꺼이 변하게 받아들이고, 끝끝내 고집해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켜내고 변해야 마땅한데 변하지 않고 있는 것들을 변하도록 노력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알고 세 가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변할 수밖에 없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고 고집부리는 것에는 무엇이 ..

Salon 2024.09.20

대립

2024년 9월 18일 수요일  "사랑은 끈덕지게 이어지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험적인 측면은 사랑에 필요한 것이겠지만, 한편,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끈덕짐을 덜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최초의 장애물, 최초의 심각한 대립, 최초의 권태와 마주하여 사랑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사랑에 대한 커다란 왜곡일 뿐입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공간과 세계와 시간이 사랑에 부과하는 장애물들을 지속적으로, 간혹은 매몰차게 극복해나가는 그런 사랑일 것입니다."  사랑 참 어렵다. '최초'의 것들이 다 지나갔는데도 '반복'해서 나타나는 장애물과 대립, 권태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물론 반복해서 나타나는 갈등들이 이전의 갈등과 비슷해 보이나 원인은 전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그 '반복'을 같은 ..

Salon 202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