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인문학 75

균형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 명절 전 뒤숭숭  "정직과 관대는 사람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서도 통하는 덕목이다. 겸손하고 자신 있게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무례하고 자신 없게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올바른 독서는 책을 진리의 용기로 숭배하는 권위주의와 책을 정보의 창고로 이용하는 실용주의의 중간 어디쯤에서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책이나 사람이나 대상을 대한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책에도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럼 책은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까. 이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하나는 책이 짱이다, 라는 식의 권위주의다. 책에는 진리가 담겨 있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책 읽고 잘 살아야지, 라는 식의 실용주의다. 책을..

Salon 2025.01.25

현재

2025년 1월 25일 금요일 내적 여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하여 공부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하여 공부하고, 결혼하기 위하여 일하고, 아들딸 키우기 위하여 일하고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모든 중요한 것은 미래에 있게 되고 현재는 다만 미래로 가는 다리거나 미래를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리고 만다. 미래의 끝은 죽음이므로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는 말은 결국 삶보다 죽음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고 말 것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는 늘 '~위하여'를 위해서 산다. 우스운 말이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위하여'가 의미를 뜻하진 않을 것이다. 목적 지향적인 표현인가.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건 간에 사람은 늘 미래를 위..

Salon 2025.01.24

시끄러운 세상

2025년 1월 23일 금요일 오랜만에 끄적끄적 복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 나는 우리나라의 정부당과 반대당이 그런 레디메이드 유형을 따라가지 말고 대중을 이끌고 나가려고 하는 대신에 다 말하게 하고 나중에 갈피 지으면서 대중을 뒤따라가는 화백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인환, , 난다)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에 관해 회의감이 든 적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자리를 덜 가질 생각이었다. 말할 기회를 주자 굳이 할 생각이 없던 말까지도 끄집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입을 닫고 있던 적이 한두 ..

Salon 2025.01.23

비범함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그들은 그 나무의 열매가 금지된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뱀이 다가와 유혹할 때까지 유혹되지 않았다.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욕망을 더 자극하지 않았다. 그들을 넘어뜨린 것은 금지한 신의 말이 아니라 뱀이 한 어떤 유혹의 말이었다. 뱀은 그들에게 이 열매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선과 악을 알게 되고, 신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 때문에 신이 먹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말해서 인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승우, )  금지된 것이 사람을 욕망하게 한다는 말은 심리학에서 일반화된 말이다. 경험을 통해서도 아는바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이승우 작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금지 자체가 사람에게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무엇이 사..

Salon 2024.11.15

소설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실제로 나는 크로머 같은 사람을 만났고, 데미안 같은 사람도 만났다. 크로머 같은 이를 만난 곳은 밤, 골목이었고, 데미안 같은 이를 만난 곳은 낮, 교회였다." (이승우, ) 소설 속 인물이 소설 속 인물일 수만 없는 이유는 글을 쓴 작가는 그런 사람을 만났고 그런 사람에 대한 기억을 책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작가가 만난 인물이 꼭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명을 만났지만 그 한 명은 하나의 대명사처럼 여럿일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소설 속 인물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자기 인생에서 만나기도 한다. 나도 을 읽으며 내가 만난 크로머는 누구인지 또 데미안은 누구였는지를 생각해 봤다. 물론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시간이나 공간일 수도 있..

Salon 2024.11.14

의심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이념에는 불가능이 없지만 복음에는 불가능이 있다." (본회퍼, ) 흔들리며 걷는 길. 세상에 그렇지 않은 길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처음 이 세상에 왔고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모두 처음이고 지나간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삶이 그러할진대 세상은 어찌 확신과 이념으로 가득 차 있단 말인가. 확신과 이념은 힘이 있다. 그것에는 의심이 깃들 수 없다. 그리고 확신과 이념에 사로잡힌 자들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인간은 참 커다란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지만 참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많이 흔들리고 살았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 나에게 할머니께서 핀잔을 주기도 하셨다.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에겐 ..

Salon 2024.11.07

새것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모든 새로운 이야기는 이미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이의 제기이다. 이야기는 부모 없이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너무 많을지는 몰라도 아예 없지는 않다. 이미 있던 이야기의 속편이나 덧붙임, 혹은 변주 아닌 이야기가 없다. (...) 그렇지만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이 고유한 것처럼, 앞 이야기에서 나온 뒤 이야기 또한 고유하다. 고유한 자기 삶을 산다. '해 아래 새것이 없'고, 새것 아닌 것이 없다." (이승우, ) 모든 이야기에는 부모가 있다는 말이 흥미롭다. 요즘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미 있던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손하게 된다. 고귀한 인생 지혜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Salon 2024.11.05

보이지 않는 것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우리가 이렇게 비참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보기 때문이다. '보여줄 것'을 그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땅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우, ) 그의 말은 이상하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말은 매우 일리가 있다. 이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공기와 바람, 시간 그리고 사람의 마음과 정신 같은 것 말이다. 신도 그러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 때 손실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은 인간의 손안에 들어올 수 없을뿐더러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답답할 순 있..

Salon 2024.11.02

거부

2024년 10월 24일 목요일 "다른 사람의 꿈이 나를 취조하는 근거로 작용할 때, 누가 꾼 것인지 모르는 꿈에 대한 해석이 나의 삶을 휘저으려고 할 때, 외부의 꿈들과 바깥의 해석들이 내부를 흔들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귀를 닫는 것이다. 그 현장에서 달아나는 것이다.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해석자의 입'이 내 삶의 영역으로 파동하며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꿈'을 '타인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견해'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타인을 통한 자기반성은 중요하다. 바로 보게(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나를 평가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새겨들을 말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피..

Salon 2024.10.24

생각

2024년 10월 22일 화요일 "미워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서 미워할 수는 없다. 사랑하기 위해서도 생각해야 하지만 미워하기 위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듯이 미워하는 사람도 닮아 간다. 미워해서가 아니라, 미워하느라 생각해서이다. 상대방을 닮아가게 하는 것은 사랑의 기능이 아니고 생각의 기능이다. 사랑하느라 생각하든 미워하느라 생각하든 마찬가지다. 생각은 그 대상과의 일치를 지향한다. 사람은 생각한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생각은 힘이다. 생각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생각은 별것이 아닌 것이 아니다. 생각은 별거다. 사람은 생각에 따라 거듭난다. 좋아하면 닮아간다. 좋아하면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는 사람의 태도나 습관을 닮아간다. 그 사람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Salon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