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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에세이] 셔츠 오래전 헤어진 그녀가 선물한 셔츠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셔츠는 여전히 잘 버텨주고 있었다. 문득 빨래를 널다가 셔츠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셔츠를 보며 이별의 아픔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 셔츠를 여전히 입고 있다는 건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반대로 나의 몸이 그때 그 셔츠에 더 잘 맞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성숙함으로 상처를 줬던 그녀에 대한 반성 때문일까. 7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지금이 그때보다 더 성숙해졌다는 하나의 상징일까. 모르겠다. 셔츠에 잘 맞는 몸이 되었듯이, 이젠 누군가를 이해하는 그 이해심의 깊이가 더 깊어지긴 한 걸까. 사랑의 기억.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 더보기
[여행] 포르투(Porto), 리스본(Lisbon) 🇵🇹 1. 포르투(Porto)의 동 루이스 다리 근처 맛보기 🇵🇹 (Ponte Luís I, Porto) 2. 리스본(Lisbon)의 28번 트램 맛보기 🇵🇹 (28 Tram, Lisboa)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 네이버 블로그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 더보기
[에세이] 버려진 양말 버려진 양말 묵혀둔 빨래를 돌렸다. 가전기기가 많은 일을 도맡아 주는 요즘 세상 오늘도 세탁기에 신세를 진다. 이틀 동안, 젖은 빨래를 빨래걸이에 잘 말려둔다. 마른빨래를 갠다. 큰 빨래부터 작은 크기의 빨래를 차례대로 갠다. 마지막 양말 차례다. 마지막 한 켤레의 짝이 안 맞다. 어딘가에 빠뜨린 것이다. 빨래를 꺼내다가 구석에 떨어뜨렸던지, 아니면 애초에 세탁기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존재 미안한 마음에 세탁기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있을 법한 후미진 곳을 살폈는데도 그 녀석은 없었다. 포기하려던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깨끗이 빨아졌건만 제대로 널어주지 못해 구운 오징어처럼 구겨진 나의 양말 한쪽. 다른 옷가지 사이에서 보호색을 띠며 누워있다. 찾았으니 .. 더보기
[에세이] 해함도 상함도 없는 시간 누군가가 우리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멀리 떠나온 서른여덟 살의 작가와 그의 아내. 테이블 위의 맥주. 그저 그런 인생. 그리고 때로는 오후의 양지바른 곳을 무라카미 하루키, 마음이 편안해진다. 위대하지만 그저 그런 인생들. 그의 이야기는 마치 해함도 없고 상함도 없으리라는, 그날의 이야기처럼 들려온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알베르게의 추억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내와 함께 그리스 여행을 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그는 그리스의 섬 몇 군데에서 잠시 살았는데, 지금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있다. 하루키는 그리스인들의 삶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리스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념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전혀 해수욕을 할 수 없어도 목욕탕에 온수가 나오지 않아도 호텔 주인이 전혀 ᄇ.. 더보기
[에세이]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변한다는 사실은 멈춰 서서 과거의 시간을 돌아볼 때에라야 깨달아진다. 월요일 늦은 오후. 약속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자주 가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에 머물며 변하지 않는 시간에 관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걱정에 가까운 생각들. 이렇다 할 문제없이 편안하고 적적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고요함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존재에 대한 불만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길었던 단독의 시간. 누구 하나 부담을 주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해 불안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했던 시간들. 그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주어진 시간에 충분히 깃들지 못하고 낙오되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그 길었던 5년의 시간이 끝이 났다. .. 더보기
[에세이] 모기에 담긴 추억 가을이 오면 모기가 극성이다. 알람도 한 번에 깨우지 못한 이 무거운 몸뚱이를 모기는 단번에 일으킨다. 귓가에 왕왕대는,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그 기묘한 날개소리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 대체 어떻게 집으로 들어왔나, 모기의 유입경로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 길어지면, 집안을 완전히 밀폐시키고 에프킬라를 잔뜩 뿌려놓은 뒤 산책을 나갔다와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모기 포획방법은 어렸을 때 엄마, 누나와 함께 늦여름 저녁마다 하나의 의례처럼 행했던 방법이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모기가 추억 하나를 불러온 것이다. 단잠을 자기 위해 집안을 에프킬라로 가득 채운 뒤 산책을 나갔다 왔던 그 시간들을 가을 모기가 물고 온 것이다. 살다 보면 잊혔던 옛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잊은 줄.. 더보기
[에세이] 누군가 내려준 커피 묵혀둔 영화 을 봤다. 카모메. 일본어로 갈매기를 뜻했다.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한 국내 식당 을 몇 번 가 본 적은 있으나 상호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주먹밥 만드는 음식점 정도로만 생각했었으니. 영화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주인공 사치에가 키운 뚱뚱한 고양이가 핀란드의 뚱뚱한 갈매기를 통해 식당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잔잔한 서사와 파스텔톤의 영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는 차분함 가운데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붙잡아 끄적여 본다. 자리에서 일했던 전 식당 주인이 을 찾아왔다. 조용히 커피 한 잔을 시켜 먹더니, 사치에에게 더 맛있게 커피를 내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명량한 성격의 사치에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렇게 .. 더보기
[추억] 청파교회 <가버나움> 속회 식사 올해 1-2월 속회 방학을 마치고, 3월에 개학한 청파교회 속회. 이 날은 치열한 논의를 거쳐 비빔밥을 준비해 오셨다. 와... 감사합니다, 모두!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살롱에서 나누는 말씀 한잔!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4호선, 그리고 길음역 4호선과 길음역, 4호선인 길음역이 아니다. 4호선과 길음역이다. 당신과 만난 이후로 모든 4호선은 그대를 향하는 통로가 되었어. 여전히 4호선은 그대를 향해 있고. 오늘 길음역에 내렸어. 다시, 또 얼마 만에 와 본 길음역이었을까? 역은 전과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당신과 나는 없더라. 추억만 남겨 놓았을뿐. 길음역 가마로 강정, 국대 떡볶이, 이디야...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은 그대로인데, 이젠 그 자리를 나홀로 마주하고 있네. 잘 지내고 있지? 잊어가는 줄 알고 마음을 놓고 있으면 '나 잊을꺼야?' 말을 건내 듯 다시 찾아오는 그대. 요즘 꿈 속에 다시 찾아오는 그대를 생각하자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 당신이 좋아해서 나도 좋아하게 된 그 가수. ​ 제목이 였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