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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에세이]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더디게 가는 시간과 빠르게 가는 시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평한 선물이지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시간을 바장이며 살지만, 시간의 촉감을 다르게 느끼며 산다. 3년 전 방송 을 보았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짧은 클립들을 보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가 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사건의 흐름을 통해 인식한다고 말했다. 사실 사람은 시간이 존재하는 걸 느끼지 못한다. 인지는 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흐르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환경과 상황의 변화, 육체의 변화, 낮과 밤, 계절의 변화 등이 시간의.. 더보기
[에세이]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다 갑자기 전에 읽은 이승우 작가의 책 속 한 글귀가 생각났다. 에 나온 한 대목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겨냥한다. 더욱 겨냥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사람이지만 하는 사람은 하면서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있지만 하는 사람, 하면서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이승우, , 위즈덤하우스, 2017, p.129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 나는 누군가 건네는 말을 충분히 이해하며 살았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떼제에 계신 신수사님은 우리의 '들음'은 '선택적 들음'일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는 종종 혹은 자주 듣고 싶.. 더보기
[에세이] 낯선 이와 함께 가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특정한 경험 속으로 들어가면, 평온한 일상에서의 자신이 아닌, 특별하고 낯선 이가 출현한다. 아니다. 기억이 난다. 이전에 만났던 익숙한 이가, 잠들어 있던 이가 스멀스멀 출현한 것임을. 잠시 외면했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바뀐 것은 없지만, 여전한 그이지만, 돌아온 걸 환영하고,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자신을 내려놓고, 이전의 네가 아닌 솔직하고 예의 없는 모습으로 가거라.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더보기
[에세이] 휴가는, 사람에게 휴가. 사람은 왜 1년에 한 번은 떠나야 하는가. 아님 긴 휴식에 들어가야 하는가. 일 년에 두 번 쉬는 건 무슨 문제가 있는 일인가. 학창 시절 우리는 여름과 겨울. 이렇게 두 번 쉬었다. 물론 요즘은 좀 달라지긴 했지만. 휴가 때, 제주를 걸으며 땀을 흠뻑 흘릴 생각을 하다가 심장이 뛰었고, 그 시간 또한 끝날 것을 생각하다 아쉬움이 몰려왔다. 휴가 또.. 더보기
[에세이] 믿음과 확신 사이 언제부턴가 믿음의 반대말이 불신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확신에 차고 여백이 없는 말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침묵은 늘어만 간다. 오늘 선생님께서 언어가 가진 힘에 관해 다시 말씀해 주셨다. 어떤 사안에 관해 언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사고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하셨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타인을 어떻게 규정하며, 발생한 일에 관해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나도, 상대도, 상황도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낀다.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 그리고 확신에 가득 차, 다른 누군가를 틀 속에 가두는 일은 더 큰 죄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 규정은 당연히 누군가를 향한 정죄의 언어와 적대의 시선을 말한다. 가슴이 먹먹하다. 예수께서 무너뜨.. 더보기
[에세이] 손길 아이들 졸업할 때 주려고 준비한 다육이들. 코로나로 만날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주인 잃은 다육이들은 그렇게 선물 꾸러미 안에 잠자고 있었다. 어느 날, 밖에 나와보니 이렇게 분갈이마저 되어 있는 우리 다육이들을 보았다. 한 살림꾼께서 잘 관리하여 분갈이까지 해놓은 것이다. 방치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던 녀석들이 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 정성스런 손길로 더 큰 곳으로 옮겨졌다. 그래, 나는 지금 무엇에 관심을 두며 하루하룰 보내고 있는가. 햇살이 참 좋으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4. 몸이 건네는 말 Day 4. 몸이 건네는 말 팜플로나(Pamplona) –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5시간 (25.5Km) 비가 온다. 순례 시작 이래 처음으로 비가 내린다. 가방 저 밑에 넣어두었던 비옷을 꺼내 입고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걷는다. 순례자를 향해 내리쬐던 스페인의 무심한 햇살도 먹구름 앞에선 그 힘을 잃었다. 그래서일까? 무거운 가방을 매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해도 체온이 잘 오르지 않는다. 컨디션도 영 좋지 않아 오늘 목적지인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갈팡질팡한 마음이 불안감에 속도를 높인다. 그래도 계속 걷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걸을 것이냐, 멈출 것이냐, 두 선택만 있을 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중간 중간 몸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다보니 .. 더보기
[에세이]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행동 가끔 동기랑 코인 노래방을 간다. 전에 코인 노래방은 오락실 저 안 구석에만 있던 조금은 소외된 장소였지만 지금은 노래방 전체가 코인 노래방인 곳이 많다. 집 근처에서는 카페 가서 책보는 일 말고는 밥집도 잘 모르는 나이기에 우리 동네 탐방 온 동기 덕에 집 근처에도 코인 노래방이 있음을 알게 됐다. 1,000원에 세 곡을 열창하고 나온 나를 보며 친구는 가끔 혼자라도 여기 와서 노래 부르면 참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무슨 개똥같은 소리냐고 나는 단박에 그의 말을 끊는다. 그리고 오늘 밤, 예언자 동기의 그 말이 무섭게 나를 코인 노래방으로 인도하더니 어느 덧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기계에 넣고 있다. 몹시 피곤한 하루였지만 자정이 다 되어가는 그 시간에 노래를 부르고 싶은 어떤 욕구에 사로 잡혀 .. 더보기
[에세이] 뒤통수와 미용실 이발 할 때의 기준이 뒷머리의 길이가 된 적이 있다. 어느 날 뒷머리를 거울로 비춰보았는데 정리도 안 되고 보기도 싫어 곧장 미용실로 향했다. 지금 다니는 미용실로 옮기기 전, 마지막으로 갔던 동네 미용실 디자이너 선생님께 조금 전의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자 뒷머리가 무슨 상관이냐며 사람들은 주로 뒷모습보단 앞모습을 보고 머리 자를 때를 판단해 온다고 했다. 나도 늘 그래왔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뜬금없이 뒷머리가 보기 싫어 미용실로 간 적이 있었던 것이다. 늘 당연하게 여겼는데 그날따라 디자이너 선생님의 대답이 새롭게 들렸던 건 왜일까. 사람이라는 존재가 본모습보다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좀 서글프고 답답해서였을까. 사실 ‘앞모습’은 우리가 사람들 앞에 비춰지고 싶..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