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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행동

[Lumix gx9 / 20mm]

가끔 동기랑 코인 노래방을 간다. 전에 코인 노래방은 오락실 저 안 구석에만 있던 조금은 소외된 장소였지만 지금은 노래방 전체가 코인 노래방인 곳이 많다. 집 근처에서는 카페 가서 책보는 일 말고는 밥집도 잘 모르는 나이기에 우리 동네 탐방 온 동기 덕에 집 근처에도 코인 노래방이 있음을 알게 됐다. 1,000원에 세 곡을 열창하고 나온 나를 보며 친구는 가끔 혼자라도 여기 와서 노래 부르면 참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무슨 개똥같은 소리냐고 나는 단박에 그의 말을 끊는다.

 

그리고 오늘 밤, 예언자 동기의 그 말이 무섭게 나를 코인 노래방으로 인도하더니 어느 덧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기계에 넣고 있다. 몹시 피곤한 하루였지만 자정이 다 되어가는 그 시간에 노래를 부르고 싶은 어떤 욕구에 사로 잡혀 진성과 가성, 음 이탈을 섞어가며 열창을 하고 멋지게 그곳을 퇴장한다. 평소 같으면 한 번도 하지 않았을 행동 때문이었을까. 산듯한 밤공기와 어스름하게 뜬 달이 유난히 빛난다. 

 

“나는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행동을 했고, 그 행동 자체가 나를 가두고 있는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파울로 코엘료가 <불륜>이라는 소설 속에서 한 말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러 행동을 시도했다. 지하철 객실에 취객이 인사불성 쓰러져 있어도 용기 있는 누군가가 조치를 취하겠지 하며 모른 채하기 일수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치해 둔 그 취객을 위해 지하철 내의 스피커폰을 들어 운전사에게 이를 알렸고 부랴부랴 객실을 찾은 승무원들을 도운 적이 있다. 물론 평소 이러한 일들에 서슴없이 용기를 냈던 사람은 이런 일이 뭐가 대수냐 할지도.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이 맥락에서만큼은 모든 시도는 지극히 주관적이어도 되는 듯하다. 어쨌든 그 날 하루는 뛰는 심장과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 ‘낯섦’이 꽤 오래 가는 걸 경험한다.

 

혼자 코인 노래방을 간 것과 지하철 취객을 도운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걸까 싶지만 평소 한 번도 해보지 않던 행동이 나를 가두던 벽을 하나씩 허무는 걸 느낀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입국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지 않고 자유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나 낯선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는 태도 등 평소와 다른 어떤 행동들이 일상에 활력이라는 포도당을 주사해 주기도 했다. 넌 정말 누구니.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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