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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사랑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자리, 무릎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네가 만든 노래 중에 가장 네 마음 같은 노래가 뭐냐고 묻자 아이유는 ‘무릎’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 가장 잘 담긴 노래라기에 호기심에 찾아봤다가 거의 매일 밤 이 노랠 들으며 잠을 청하게 된다.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불면증이 만든 노래라고 장난쳤던 것처럼 이 노래에는 이 노래를 만든 이의 잠 못 이룸이 담겨있다. 

 

노래 가사를 보면 노래 속 주인공은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 깨어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나 아니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나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노래 속 주인공은 누군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주고  그 좋은 손길로 인해 잠이 들어도 그대로 두어주길 바란다. 잠시만 그대로 두어주길. 깊은 잠을 자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간절히 전한다. 무릎. 어릴 적 우리가 베고 누웠던 무릎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받아들여지는 한없는 포근함의 상징이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듣다가 이동진이 읽어주는 오프닝 멘트에 담긴 ‘무릎’의 또 다른 의미를 듣는다. 사랑을 위해서만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자리, 무릎이란 그런 곳이라고 말하며 그는 나라도 나를 안아주어야 할 때 우리는 무릎을 껴안는다고 말한다. 내 눈물을 내가 받아주어야 할 때 무릎 위에 얼굴을 묻는다며 말이다. 무릎이란 그런 곳, 무릎은 그렇게만 쓰였으면 좋겠다며 오프닝 멘트를 마친다. 

 

무릎. 어떤 대상에게 굴종의 의미로 무릎을 꿇는 그런 행위를 제외한 모든 무릎은 사랑에 대한 좋은 기억인가 보다. 어릴 적 충분한 이해와 공감의 기억이 담긴 곳 또 나의 아픔을 잘 알아주어 내가 안았지만 결국 내가 안긴 것임을 느끼게 하는 곳. 사랑을 위해서만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자리, 무릎. 무릎은 그런 곳이었다. 이 밤도 아이유의 ‘무릎’을 듣다 ‘스르르르륵’ 잠이 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with 청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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