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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가을 속 지기춘풍

 

가을이네, 은행이 걷는 길목마다 가득차 있는 가을이다. 일찍 해가 지기에 일찍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그런 계절이다. 그래, 머리도 많이 빠지는 그런 가을이다. 

 

가을이란 단어를 메모장 검색란에 쳐본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 ‘대인춘풍 지기추상’에 관한 짧은 각주가 검색된다. 선생님은 이 붓글씨에 관해 설명하시길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게 하고, 반면에 자기를 갖기는 추상같이 엄격해야한다 하신다. ‘자신을 다룸에 엄격해야 한다’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자신에겐 엄격하며 동시에 남에겐 관대한 것이 가능한 일이긴 하려나. 대인춘풍 지기추상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닐 텐데, 그렇다면 그 일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엄격이란 말은 왠지 정이 가질 않는다. 엄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아님 이미 충분히 스스로에게 엄격해서일까. 이 말을 좀 꼬아보고 싶다. ‘엄격’이란 말에는 숨어 있는 전제가 있는데, 이는 자신을 향한 충분한 이해, 넉넉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자신을 엄격하게 ‘사랑’할 줄 알 때, 남 또한 엄격하리만큼 관대하게 대하게 되는 것 아닐까. ‘착함’이라는 부사를 떼어놓으려 애쓴다. 세상의 기준에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정신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약함’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언제든 나를 덮치려 준비 태세를 취한다. 방심하면 한 번에 무너뜨리려 하는 듯. 

 

가족.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보다 나답게 살기 위해 넘어서야 할 산이 참 많다. 자녀를 위해 평생 희생한 부모의 헌신이 가을 문턱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요즘. 부모의 기대와 개별적 존재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 부모에게 춘풍처럼 관대해지기 어려운 건 그분들은 또 하나의 ‘나’이기에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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