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걷는 게 좋다

[Lumix gx9 / 20mm]

걷는 게 참 좋다. 대체 걷는 게 뭐가 좋은 거지? 어제 나만큼 걷는 걸 좋아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세 번 다녀왔고 최근 입국한 까미노계의 요정은 1200Km를 걷고 왔단다. 존경한다. 

사실 나는 면허가 있지만 운전할 기회가 없어왔고 무엇보다 운전에 대한 매력을 못 느꼈던 터라 모든 여행은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러한 삶의 방식이 까미노까지 이어졌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게 어렵다고 느낀다. 

걷는 행위에 대한 정의 가운데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걷는다는 건 나누어진 땅을 깁는 행위라는 말이었다. 까미노를 걸으며 스페인 북부의 마을을 두 발로 잇긴 했지만 그러한 연결고리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주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또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길을 걷곤 한다. 걸음으로 개인을 둘러싼 거품이나 누더기를 걸러내어 본질만을 드러내게 하는 게 걷는 행위의 참 의미인가 아니면 평소 우리가 놓치고 사는 몸과 정신, 육체와 마음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걸음의 의미인 걸까.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오영호 시인의 <바닷가를 걸으며>의 시구 일부가 참 좋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닫힌 문을 열어 / 바람이 전하는 말 귓불에 걸어놓고 / 상처 난 슬픈 영혼을 깁고 또 깁는 것"

걷는다는 건 오롯이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간인가 보다.

 

 

이작가야의 문학생활

이작가야의 문학생활 (Lee's LiteratureLife)

www.youtube.com

 

728x90
728x90

'@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살아보는 거다  (0) 2017.09.07
[에세이] 나는 당신을 모른다  (0) 2017.08.30
[에세이] 책 앞의 유혹  (0) 2017.08.29
[에세이] 떠나보내는 일  (0) 2017.08.29
서로 다른 모티프  (0) 201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