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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서로 다른 모티프



전화를 받다보면 다짜고짜 '어디야?'를 묻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의 순수한 의도와 상관없이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힌 후 그저 평범한 인사말에 불과했을 그 질문에 답을 한다. 참 이상하다. 갑자기 화가 나거나 불안해지고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말들이 있다. 그저 예민한 날이었겠지하며 넘길 수만 없는 그런 날들이 있다.


'어디야?'를 묻는 그 말이 기분 나쁜 건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했던 학창시절과 연관 있는 듯 하다. 부모의 보호 아래 늘 감시를 받아야 했던 힘 없던 시절. 자유롭고 싶었고 내 생각과 바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 받고 싶었다. 물론 밀폐된 비밀의 방을 만들어서 좋을 건 없지만 지난 시간들의 숱한 경험들로 본능은 부모에게 진심을 감추도록 명령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임으로 극복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오롯이 스스로 부딪치고 맞서야 할 그 무엇일 테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해 종교인의 접근방식은 좀 다르긴 할테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모티프'를 갖는다. 모티프는 음악 형식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한다. 그래서 이것은 계속 반복되어 나타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는 이 모티프를 중심으로 사랑하고 또 헤어진다. 모티프. 우리가 사람을 만난다는 건 곧 서로 다른 모티프를 만난다는 말과 같다. 서로 다른 모티프를 읽어내고 또 알아차리는 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이 아닐까. 일단 스스로의 모티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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