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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점심식사가 있고 난 후다. 곧 있을지도 모를 친구와의 약속에 선물하고 싶은 책이 떠올라 서점을 찾아본다. 커다란 서점은 알라딘 밖에 없는 현실. 선물로 중고책을 주기는 좀 미안하기에 패스! 한 해에 한 두 차례 가던 독립책방 <이음>이 떠오른 건 그 시점. 아담한 서점이라 찾는 책이 없을 걸 알았지만 일단 가보는 걸로.
여름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터라 지하로 내려가는 서점의 기온이 후텁지근하다. 이젠 깔끔하고 상쾌하기만 대형서점에서 맡을 수 없는 이 냄새. 냄새가 정겹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구매욕 마구 상승한다. 유혹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목적이 이끄는 곳으로 가야한다. 찾는 책이 있을 법한 분야로 가서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그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큰일이다. 이러면 목적을 잃고 다른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역시 구매의 본질에서 벗어나서 마음에 드는 책 두 권을 고른다. 그러고 나서 책 뒷면의 가격표를 무의식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더니 이내 두 마음이 싸움을 시작한다. 독립책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원가 그대로 주고 구입한다? 아니면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서비스나 인터넷 구매의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눈으로만 보고 그냥 나온다? 그렇게 두 권의 책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갈등하느라 고생했다. 책방을 나오는 내 뒷모습을 상상하니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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