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부산을 등진 역방향 좌석에 앉아 '부산으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번에도 서울을 등진 역방향 좌석에 앉아 '서울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 때 같은 역방향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멀어지는 부산을 바라보며 '부산을 떠나고 있구나.'라고 이야기 한다.
멍해졌다. 정작 눈에 보이는 건 멀어지는 서울, 멀어지는 부산이었는데 가야할 곳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가올 것에 대한 기대만 있었을 뿐 떠나가는 것들에 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떠나간 과거보다 중요한 것일까? 앞만 보고 산 인생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님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았다고 말해야 할까.
김재연의 책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에는 과거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아이일수록 모든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반면 어른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줄어든다. 그래서 모든 소리를 놓치지 않는 아이일 땐 음악도 소리의 일부로 듣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음악을 좋아하는 건 잃어버리게 된 그 많은 소리를 그리워하게 되는 원리. 어찌 보면 정말 좋은 때는 모두, 과거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p58)."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잘 떠나보내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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