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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당신이 함께 있기에

20140727 청파교회 오후 예배 설교

 

당신이 함께 있기에

 

<마태복음 18장 18-20절>

 

18.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19. 내가 [진정으로] 거듭 너희에게 말한다. 땅에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이루어 주실 것이다.

20.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

 

[Lumix gx9 / 14mm]

희소식

 

가끔 갑자기 듣게 된 소식이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여러분들께 드릴 소식이 하나 있는데, 이따가 대한성서공회 사업보고가 있다고 하여 설교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소식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보다 참된 복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은 얼마 안 되겠지만, 잠시나마 말씀을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서로 잇대어 사는 나무

 

우리는 주위에서 나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녀석들은 참 올곧게 쭉쭉 뻗어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무하면 떠오르는 말이 ‘기개, 지조, 장수’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를 보는 시각을 조금 달리 해본다면, 이러한 성향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나무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의존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시 한편을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쓴 <나무는>이라는 시입니다. 

 

<나무는> - 류시화

 

나무는 /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 흔들리지 않기 위해 /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 저 혼자 서있기 위해 /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 그 빛과 /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물론 이 시가 단순히 나무의 성질만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무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시의 첫 행을 보면 시인은 ‘나무는 마치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가지와 뿌리가 서로 이어져있고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가 흔들지 않아도 그리움은 자신의 잎을 흔들고 또 아파서가 아니라 자연스레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고 말합니다. 또 나무는 ‘혼자 서 있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들이 자신에게 날아 올 때와 갈 때마다 빛과 어둠의 상태가 된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인생(人生)

 

저는 이러한 나무의 모습이 사람의 인생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곧 참 사람의 길을 찾는 신앙인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예수께서 진리를 찾는다하여 세상을 등진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사람들 곁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 지냈던 것처럼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홀로 살아가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나무처럼 서로서로 이어져 있고, 기대어 있으며 우리의 눈은 서로를 향하고 있고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성서의 가르침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곧 이러한 구체적인 사랑의 모습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두 세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

 

오늘 본문인 마태복음 18장은 자주 듣고 읽어서 잘 알고들 계실 겁니다. 그래도 간략히 본문 설명을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태복음 18장은 제자들 사이에 ‘천국에서는 누가 큰가?’라는 다툼이 계기가 되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공동체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18:1-35), 특히 18장 가운데 18-20절은 공동체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18절을 보면, 예수께서 땅과 하늘을 구분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땅과 하늘 가운데 특별히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강조점을 두십니다. 땅에서 묶이면 하늘에서도 묶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중요성을 나타냅니다. 

 

그러고 나서 이어 거듭 말씀하십니다. ‘땅에서 두 사람이 합심하여 무슨 일이든 구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에 함께 하겠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예수님께서 ‘함께함’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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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빛과 어둠 사이

 

우리의 몸을 빛과 어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모두 잘 알고 계시겠지만, 주님의 일은 우리의 육체를 매개로 합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주님의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사랑을 하면 그러하듯이, 우리의 마음이 가는 곳에 우리의 몸이 가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몸이 자기를 향하게 되면 ‘어둠’이고, 타자를 향하게 되면 다시 말해, 누군가의 필요에 응답하게 되면 ‘빛’이 됩니다(김기석, 《삶이 메시지다》, 포이에마, p.115). 주님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빛’이 되어라 말씀하고 계십니다. 

 

당신이 함께 있기에, 있었기에

 

누군가와 함께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주님께서는 무슨 일이든 함께 구하면 다 이루어주시겠다 하시고, 또 그곳이 어디가 됐든지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자리에 항상 함께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나무가 그러하듯 우리는 서로 잇대어 살아가야 합니다. 

 

한번 옆에 앉아 있는 분들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쑥스러우실 테니 이렇게 한번 ‘눈빛’으로 말씀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함께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었고, 당신이 함께 있었기에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됐다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무더워져가는 날씨만큼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주님을 닮고자하는 마음’이 날로 뜨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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