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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방에 내려 갈 때가 있었다. 한 주도 빠짐없이. 때론 당일치기로, 때론 하루를 묵으며.
평소 짐을 가볍게 하는 걸 좋아했던 나였지만, 보여 주고 싶은 게 뭐 그리도 많았는지 항상 가방을 가득 채워 넣고 내려갔다. 가방의 두께는 내 가슴의 두 배가 될 정도로. 가방의 재봉선이 조금씩 훼손 되는 걸 보며, 뭐 그리 많은 걸 넣고 다니냐고 타박했던 사람이 있었다.
정말, 뭘 그리도 많이 넣고 다녔을까. 무엇을. 삶이란 늘 기대에 못 미치기 마련인 것을 그 때도 알았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 이제는 좀 가볍게 살아볼까 하면 그렇게 살아질 순 있는 걸까. 내가 맨 건 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나를 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방에는 책 한 두 권 외에 노트나 필기도구 한 두 개만 있으면 족할지 모른다. 많이 넣고 다녀도 모두 꺼낼 수 없다면, 소박하게 갖고 다녀야 함을 그 땐 알지 못했다. 서로 마음의 가방을 조금씩 덜어내 있는 만큼만 보여 주고 살아도 삶은 충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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