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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할 음(淫)자는 원래 물 넘칠 음 자였다. 섹스를 지나치게 해서 건강을 상하게 하는 것도 음이고 여러 여자와 섹스를 하여 법망에 걸리는 것도 음이다. 공부를 과도하게 하는 것도 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를 잘못하면 책의 무게에 짓눌려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난다, 2020, p.59)
한동안 나를 사로잡은 개념은 많이 해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많이 하면 못하기 어렵다는 말이 큰 자극이 됐다. 당시에 축구든 볼링이든 독서든 연애든 많이 해서 실력(?)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김인환 선생님은 이 '많음'에 대해 우려를 표하신다. '많음'도 분야를 가려가며 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남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의 '많음'은 지양해야 한다. 상대를 해롭게 해서 좋을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 드는 생각에 비추어 봤을 때, 이른 경험과 많은 경험이 주는 가장 큰 유익은 아마도 단순함인 듯하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면 인생에서 계속 반복해야 할 행위들을 추려내는 게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일 텐데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많은 경험'이 좋은 선생이 될 거다. 과도함은 해롭다. 그러나 과도함이 주는 선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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