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선생의 책들을 제게 주며 한번 읽어보라고 했어요. 선생의 책을 읽고, 선생 역시 무의식적으로 우리 둘과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오자히르>, 문학동네, p.197)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잘-쓴다는 건 또 무어냐) 그래서 스스로 그 부러움을 인정하지 못해 대상을 시기하고 질투하기 바빴다. 그 결과는 무시로 나타났다.
넋 놓고 글을 읽다 뒤통수 한 대를 얻어맞았다. 항상 글쟁이들을 경쟁상대로만 여겼지 그들과 내가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기심이 시야를 가려버린 결과다.
물론 본받고 싶은 대상이나 배우고 싶은 솜씨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자극제다. 적절한 자극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돕기 때문이다. 내 안에 욕심이 기생하여 생의 동반자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던 인생의 선배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낼 힘이 있는 삶의 선배들, 나이와 학연, 종교와 성별을 떠나 이 땅에 구체적인 사랑을 실현해 내는 선배 순례자들. 이분들을 따라잡아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다니 난 대체 무엇을 꿈꾸었단 말인가. 쫓아가려 할수록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단 말인가.
세상에 뛰어난 글쟁이들은 많다. 그런데 그러고 보면 그들 모두를 부러워하지 않았던 건 글 안에 담긴 내용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빼어난 글을 쓴다 해도 전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 동의되지 않으면 부러움의 대상에서 제거되었던 걸 보면 말이다.
같은 세상을 꿈꾸는 선배들, 써-내는 선배들을 따라, 따로 또 함께 걸어가련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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