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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봄이 좀더 일찍 찾아온다면
더 오래 봄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오.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파울로 코엘료, <11분>
얼마 전, 지인이 SNS에 썼던 글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함께 사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기에, 그 사실을 서로가 모르지 않기에, 그래서 오늘 더 사랑하겠다고.
사랑은 영원하다고 외치는 낭만적 사랑의 홍수 속에서 그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아니, 사랑은 영원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에 사랑해야 한다.
마찬가지 사랑은 앞당길 수도 없다. 사랑은 기다림 속에, 준비된 사람에게 스며들 듯 온다. 우리는 봄이 일찍 오기를 바랄 수 없다. 봄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올 것이고 우리는 도래한 봄에 발맞춰 즐기면 되는 것이다.
민감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바라며 기다려야 한다. 그 때를, 그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때가 왔을 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날 희망으로 축복해 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확실히 자기 것이라고 여겼던 뭔가를 잃은 사람은 결국 깨닫게 된다지. 진실로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 앞엔 그저 삶이 있을 뿐이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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