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청파 Note

[청파 Note / 시편 (13)] 사람의 속마음은 참으로 알 수 없다

20231221 청파교회 새벽설교
 
사람의 속마음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시편 64편 3-6절>
 
3. 그들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혀를 벼려 화살처럼 독설을 뽑아 냅니다.
4. 죄 없는 사람을 쏘려고 몰래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쏘고서도, 거리낌조차 없습니다.
5. 그들은 악한 일을 두고 서로 격려하며, 남 몰래 올가미를 치려고 모의하며, "누가 우리를 보랴?" 하고 큰소리를 칩니다.
6. 그들이 악을 꾀하고, 은밀하게 음모를 꾸미니, 사람의 속마음은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문에 그들을 멸하실 것이니, 이것을 보는 자마다 도망칠 것이다.
 

 
귀를 기울여주는 일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시편 64편입니다. 시편 64편은 시의 분위기로 봐서, 시편의 저자가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게 고통을 주는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시인은 이들을 일러 원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원수는 시인 개인의 입장에서 원수 같은 존재를 일컫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곧 하나님의 원수들을 칭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이들의 특징은 악을 꾀하고 누군가를 넘어뜨리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6).
 
이렇듯 어떤 집단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시인은 주님께 도움을 구합니다. 그는 먼저 주님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간구합니다. 사실 어려움 가운데 처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듣는 일에도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난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누군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당장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는 걸 우리는 경험하곤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에너지가 소진되는 걸 그리 아깝게 여기진 않을 것입니다.
 
말을 다스리는 것
 
이렇게 시인은 주님께 생명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한 다음에, 악인들이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를 낱낱이 고발합니다.
 
3-4절에서 시인은 말합니다. "그들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혀를 벼려 화살처럼 독설을 뽑아냅니다. 죄 없는 사람을 쏘려고 몰래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쏘고서도, 거리낌조차 없습니다." (3-4) 시인을 통해, 악인들이 한 일이 아주 명확하게 소개됩니다. 그들은 '혀를 벼려, 화살처럼 독설을 뽑아내고, 죄 없는 사람을 향해 쏘는 일'을 하는 자들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악인은 말로 사람을 넘어뜨리는 자들인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말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입이나 혀의 조심성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잠언 26장 20절을 보면, “땔감이 다 떨어지면 불이 꺼지듯이, 남의 말을 잘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다툼도 그친다”(잠26:20)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레미야 9장 8절을 보면, 주님께서는 “내 백성의 혀는 독이 묻은 화살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짓말뿐이다. 입으로는 서로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서로 해칠 생각을 품고 있다.”(렘9:8)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의 입이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거짓을 감추는 포장지와 같은 역할로 사용되는 것은 주님의 길에서 반대되는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악인들은 자기들의 이러한 행동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습니다.
 
인과응보의 하나님
 
이어서 시인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우리에게 알려주는데, 하나님은 이러한 악인들의 행위를 그저 바라만 보는 분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악인들에게 있어서 철저히 인과응보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니까 주님은 악인들에게 그 행위의 대가를 고스란히 돌려주는 분인 것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활을 쏘실 것이니, 그들이 화살을 맞고서 순식간에 쓰러질 것이다. 하나님은, 그들이 혀를 놀려서 한 말 때문에 그들을 멸하실 것이니, 이것을 보는 자마다 도망칠 것이다." (7-8)
 
주님은 악인들을 향해 활을 쏩니다. 그 활이 악인들이 쏘았던 그 '입술의 화살'을 말하는지 확실히 알 순 없으나, 시인은 주님께서 그들이 혀를 함부로 놀려서 한 그 말 때문에 멸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나를 발견하려고 애쓸수록
 
오늘 시편 64편에는 원수들로부터 고통받는 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원수 혹인 악인은 매우 악하거나 매우 뛰어난 이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자들입니다. 이렇게 평범했던 이들이 하나님의 반대편에 서게 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님을 향한 마음이 변했다거나 거짓을 말하거나 혹은 남의 것을 빼앗거나 혹은 입술을 함부로 놀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원수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문을 읽으며 다루진 않았지만, 오늘 시편의 내용은 바로 이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것은 6절에 나온 표현입니다. "사람의 속마음은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라는 말 말입니다.
 
사람은 누군가의 속마음을 다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속마음도 다 알기 어렵습니다. 이 말에 얼마나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부터 깊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1)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2)이며, 그렇기에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나 모두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제대로 알기란 어려운 일임을 암시했습니다.
 
청파교회 교회 소개 문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내가 나를 발견하려고 애쓸수록, 내가 가난할수록, 내가 깊이 이해할수록 더욱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됨을 확인시켜 주는 교회"라고 말입니다. 나를 잘 아는 것이 곧 하나님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초석이 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09, p.17
2) 위의 책, p.202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with 청파교회

www.youtube.com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