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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중고등부] 다가갈 때, 오시는 분

20200726 청파교회 중고등부 설교

다가갈 때, 오시는 분

<누가복음 19장 1-10절>

1. 예수께서 여리고에 들어가 지나가고 계셨다.
2. 삭개오라고 하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세관장이고, 부자였다.
3. 삭개오는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고 애썼으나, 무리에게 가려서, 예수를 볼 수 없었다. 그가 키가 작기 때문이었다.
4. 그래서 그는 예수를 보려고 앞서 달려가서, 뽕나무에 올라갔다. 예수께서 거기를 지나가실 것이기 때문이었다.
5.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러서 쳐다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
6. 그러자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
7.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서, 모두 수군거리며 말하였다. "그가 죄인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갔다."
8.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10.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Lumix gx9 / 20mm]

인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 달 만에 만났네요. 다들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네요. 장마 기간이다, 시험 기간이다 해서 너무 움츠리고 지내진 말았으면 좋겠네요. 하루하루 즐거운 일을 만들어 가는 저와 여러분 되었으면 좋겠군요. 

만나러 간 삭개오

여러분, ‘삭개오’라고 아시죠? 오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본 인물일 겁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한번 연극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크게 2막으로 나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막은 삭개오와 예수님이 만나는 장면이고, 2막은 삭개오와 예수님이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만남과 대화! 이 두 가지가 오늘 이야기의 중요한 테마입니다. 

그럼 1막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막은 <누가복음> 19장 1절에서 7절까지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여리고라는 마을을 지나가고 계셨어요. 그런데 바로 이 여리고에 삭개오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예수님은 이미 유명세를 타는 상태였는데, 아주 ‘비범한’ 양반으로 소문이 나 있었어요. 당연히 삭개오도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삭개오가 예수님의 소문만 듣고 끝낸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직접 만나러 갔다는 것에 있습니다. 

세관장(세리장)이 하는 일

여러분에게 삭개오는 어떤 인물인가요? 사실 우리는, 나중에 삭개오가 구원받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좋은 이미지로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삭개오는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그는 뭐하는 사람이었나요? 세관장(세리장)입니다. 세관장은 쉽게 말해, 세금을 걷는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를 말해요. 근데 세금을 걷는 사람이 왜 나쁠까요? 직업만 봤을 때는 나쁠 게 전혀 없어요. 요새 국세청 직원이라고 해서 괜히 이상하게 보진 않잖아요? 하지만 삭개오가 살던 시대는 상황이 좀 달랐어요.  

예수님께서 살던 시대는 자유롭지 못한 시대였어요. 어떤 점에서 그러냐면, 크고 강한 나라에게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나라가 어떤 나라였죠? 로마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나라(이스라엘)는 로마라는 힘센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어요. 저도 로마를 가보긴 했지만, 로마는 지금은 하나의 도시 이름이지만, 당시에는 한 국가의 이름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로마라는 나라는 아주 고약한 점이 하나있었는데 그게 뭐였냐면, 그것은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많은 세금을 부과했다는 데 있습니다. 더구나 세금 받는 일을 자기 나라 사람을 시킨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에게 시키고 있었던 겁니다. 동족끼리 서로 미워하게 만든 것이죠. 

세관장 삭개오

그러니까 세관장이었던 삭개오는 로마의 하수인처럼 여겨졌던 사람이었어요. 로마에 종노릇 하던 인물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 세관장은 간혹 나쁜 짓을 하기도 했는데, 그게 뭐였냐면, 중간에서 세금을 부풀려 받았던 거였어요. 로마 몰래 자신들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였어요. 

그러니까 이 삭개오에 대한 이미지는 당연히 어땠겠습니까? 진짜 꼴 보기 싫었을 거예요. 로마의 보호를 받고 있기에 뒷골목으로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못 본 채 하자니, 자신들이 아주 죽겠으니,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 세관장(세리장)은 정말 재수 없는 존재였던 겁니다. 

그런 그가, 부족할 것 없는 이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러 온 겁니다. 신비한 일이 일어난 거죠. 그는 예수께서 지나는 길목까지 찾아왔고, 그곳에서 예수님을 기다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던 삭개오는 저기 예수님이 오시는 걸 봤어요. 그런데 예수님이 가까이 오면 올수록, 수많은 인파 때문에 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 양반은 어떻게 했죠?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뽕나무로 올라갔어요. 

마음을 읽어내신 예수님

그런데 그다음, 또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보시더니, 갑자기 그의 집에 묵겠다고 하신 겁니다. 아니, 대체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수많은 인파 속에서 삭개오를 보셨으며, 그리고 어떻게 처음 본 사람의 집에서 하루 묵겠다고 하시는 건지, 예수님의 행동이 좀 엉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 상황은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인데요. <1>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보게 된 것은 나무 위를 오르는 그의 행위 속에서 ‘간절함’을 보셨다고 할 수 있고, 그리고 <2> 삭개오 집에 하루 묵겠다고 하신 것은 삭개오가 지내온 인생에서 ‘외로움’을 보신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삭개오의 겉모습만 본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읽어내셨다는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판단이 옳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6절에 나오는데요. 예수께서 당신네 집에서 하루 묵겠다고 하자, 삭개오는 어떠했다고 했죠?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장면은 우리에게 두 가지 만남을 보여주는데, 하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었습니다. 요새 랜선 집들이다, 랜선 여행이다, 라는 말이 유행인데, 코로나가 준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우리가 편히 만나기 어렵게 됐다는 것에 있습니다. 

주변인들의 태도

아무튼. 그런데 여러분, 이다음 장면도 참 흥미롭습니다. 예수님과 삭개오가 나누고 있는 대화를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켜보던 사람들이 뭐라고 했는지 보셨나요? 수군수군 대며, 예수님을 향해 ‘죄인의 집’에 묵으러 간다고 했어요. 

성경을 보다보면, 성경에서 주로 누가 가장 말썽을 부리나 보면, 바로 ‘지켜보는 사람들’이에요. 제3자들입니다. 이 ‘지켜보는 사람들’의 특징이 뭔가 하면, 주로 판단하고 정죄하고 미워하는 일을 해요.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구경꾼들’도 예수님에 관해 오해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예수님이 자신들과 같이 삭개오를 미워해 주길 바랐어요. 자기편이 되어주길 바랐던 거였어요. 그런데 이 예수님이 삭개오를 미워하진 않고, 그를 반갑게 맞아주시니, 사람들은 질투가 났던 겁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오해하고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여러분은 요새 괜히 미운 사람 없나요? 살다 보면, 그런 인간 한둘은 꼭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요새는 그런 사람이 좀 없다 싶으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는 것이 ‘내가 미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요새 그런 걸 느껴요. 나는 분명 저 사람의 저 모습이 기분이 나빠요.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싫은 상대방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거예요. 참 이상하다 싶은 거죠. 그러다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는데 그게 뭐였냐면, 누가 밉거나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다고 하는 건, 상대와는 무관하게 모두 ‘내 마음’이 만든다는 사실이었어요. 달리 표현하자면, 상대로부터 오긴 왔지만, 그것을 받을지 말지는 내가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인도 출생의 한 신부님(예수회 신부, 앤소니 드 멜로)은 우리 안에 어떤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것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요.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삭개오와 예수님을 지켜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하신 행동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예요. 자기들 생각대로 해주시면 참 고마울 텐데, 예수님이 자기들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겁니다. 사람이란 이렇게 이기적 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우리는 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Lumix gx9 / 20mm]

마음을 터놓는 삭개오

자! 이제 2막이 펼쳐집니다. 2막은 <누가복음> 19장 8절에서 10절까지입니다. 2막은 삭개오의 집에 도착하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과 삭개오는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삭개오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8) 

여러분은 품이 넓은 사람을 만나봤나요? 운동해서 가슴이 딱 벌어진 그런 사람 말고, 정말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속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삭개오에게 예수님은 그런 분이셨던 것 같아요. 그는 예수님 앞에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합니다.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어요. 자신은 누구에게도 강제로 빼앗은 돈이 없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빼앗은 금액의 네 배나 갚겠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가진 게 많았지만, 사람들로부터의 따돌림 당해서 오는 그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예수님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삭개오의 열망이 그를 구원에 이르게 했던 것입니다. 

다가갈 때, 맞아주시는 분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예수님인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마음을 읽으시는 분, 잃은 것을 찾으러 오시는 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그것을 찾으려고 어떤 노력이든 하게 됩니다. 시간을 들이고 이곳저곳을 열심히 찾아다닙니다. 저도 스페인에서 400유로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찾기까지 아주 마음 많이 졸였습니다. 

그런데 잃어버린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되찾기 위해,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의 곁에 머물러줍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예수님은 정말 미련한 인물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소비했던 인물이었어요. 

여러분, 오늘 말씀에서 두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예수님의 관심 대상은 죄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잃어버린 사람’에게 있다는 것과 둘째, 예수님의 관심은 모든 이를 향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먼저 만나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삭개오가 그랬듯이, 예수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 예수님은 기쁘게 맞아주실 겁니다. 

예수님께 다가간다는 말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내게 있는 어려움을 나누고, 내게 있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내게 있는 외로움, 갈등 혹은 즐거운 일들을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한 주 동안 <1>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또 <2> 예수님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노력해보는 저와 여러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

안녕하세요.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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