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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창세기 (7)] 씨줄과 날줄처럼

20220128 청파교회 새벽설교

 

씨줄과 날줄처럼

 

<창세기 41장 9-13절> 

 

9. 그 때에 술잔을 올리는 시종장이 바로에게 말하였다. "제가 꼭 했어야 할 일을 못한 것이 오늘에야 생각납니다. 

10. 임금님께서 종들에게 노하셔서, 저와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을 경호대장 집 감옥에 가두신 일이 있습니다. 

11. 저희들이 같은 날 밤에 각각 꿈을 꾸었는데, 두 꿈의 내용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12. 그 때에 그 곳에, 경호대장의 종인 히브리 소년이 저희와 함께 있었습니다. 저희가 꾼 꿈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었더니, 그가 그 꿈을 풀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에게 제각기 그 꿈을 해몽하여 주었던 것입니다. 

13. 그리고 그가 해몽한 대로, 꼭 그대로 되어서, 저는 복직되고, 그 사람은 처형되었습니다."

 

 

야곱의 요셉 편애  

 

안녕하세요.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창세기 41장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요셉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이었던 요셉은 그 누구보다 아버지에게 소중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야곱은 막내인 베냐민보다도 그를 더 사랑했는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를 더 사랑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승우 작가는 그의 책 <사랑이 한 일>에서 편애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자녀를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말은 어쩌면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로써의 야곱도 마음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그는 열 두 명의 자녀 가운데, 요셉을 특별히 사랑했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적극적인 편애는 형들의 질투심을 유발했고, 이 질투심으로 인해 요셉은 이집트로 팔려갑니다. 그리고 그는 이 이집트에서 뭇 사람들로부터 기대와 실망을 번갈아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그는 누명을 입고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요셉은 바로 그곳에서 꿈 해몽을 통해 고위 관계자들과 연을 맺게 됩니다. 요셉은 왕의 시종을 드는 두 시종장의 난해한 꿈을 정확히 해석해 주었고, 이 사건이 시종장들의 기억 속에 잘 각인되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바로 이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기회를 마련한 하나님

 

그런데 아쉽게도 요셉은 자신이 꿈 해몽을 해 준 이 시종장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지게 됩니다. 물론 한 시종장은 죽임을 당했지만, 살아남은 다른 시종장은 요셉의 꿈 해몽을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요셉은 그 시종장들이 감옥을 나간 후로 2년을 더 감옥에서 살게 됩니다. 하지만 믿음의 사람들이 실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선행을 베풀었던 이를 결코 잊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바로 왕은 두 개의 꿈을 꿉니다. 하나는 잘생기고 살 찐 암소 일곱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그들을 뒤따라 온 흉측하고 야윈 암소 일곱 마리가 그들을 잡아먹는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토실토실하고 잘 여문 이삭 일곱 개가 야위고 마른 이삭 일곱 개에게 삼켜지는 꿈이었습니다. 바로 왕은 이 꿈을 꾼 이후로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도처에 흩어져 있는 지혜로운 자들을 찾아 내 꿈 해몽을 시켰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그때 왕 곁에 있던 살아남은 시종장이 한 가지 사실을 전합니다. 자신이 왕께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며, 자신이 감옥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당장 감옥에 있던 요셉을 불러냅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해몽을 부탁합니다. 그는 왕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꿈 해석을 하는데, 두 개의 꿈은 동일한 꿈이며, 좋은 암소 일곱 마리와 잘 여문 이삭 일곱 개는 7년 동안 이집트에 풍년이 들 것을 암시하고, 야위고 흉측한 일곱 암소와 열풍에 말라 버린 일곱 이삭은 7년 동안 이집트에 흉년이 들 것임을 나타낸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흉년이 오기 전, 슬기로운 사람을 책임자로 세워 끔찍할 흉년을 잘 대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경험

 

바로는 요셉의 말에 적극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하나님의 사람, 즉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는 이 요셉을 이집트의 총리로 세우게 됩니다. 아주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는 형제들의 질투로 인해 이방 나라에 노예로 팔려온 자였고, 잠시 경호대장(보디발)의 집 관리인이 되기는 했지만, 누명을 입고 감옥에 갇힌 초라한 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강대국의 왕과 어깨를 견주는 총리가 된 것입니다. 

 

그는 또한 바로 왕의 도움으로 (온의 제사장 보디베라의 딸 아스낫과) 결혼도 하였고, 자신의 아내 아스낫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까지 얻게 됩니다. 한 아이의 이름은 하나님이 그동안 자신이 겪은 고난과 아버지의 집을 잊게 하셨다는 의미의 ‘므낫세’였고, 다른 아이의 이름은 자신이 고생한 땅에서 하나님이 자손을 번성하게 하셨다는 의미의 ‘에브라임’이었습니다. 요셉은 그렇게 인생역전, 즉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이야기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씨줄과 날줄의 사람들

 

신앙생활을 오래하신 분들은 이 요셉의 이야기를 익히 들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성경은 요셉의 믿음과 그를 돕는 하나님 손길 그리고 하나님의 도움으로 요셉이 받게 될 축복을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오늘 말씀에 좀 달리 접근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요셉이 성공적인 삶의 과정을 겪어 갈 때, 그는 과연 주위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고 또 주위 사람들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편애로 인한 형들의 질투가 있었고, 보디발 아내의 유혹이 있었으며, 시종장과 바로 왕의 근심 가득한 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의 결론에만 주목하느라 서사의 줄기를 놓치곤 합니다. 성공적인 인생을 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쓰여 지기 위해서는 그의 곁에 있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겹쳐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이야기는 좋은 서사를 갖습니다. 긴장감 넘치고 화려하며 근사합니다. 또 어떤 이야기는 좀 초라한 서사를 갖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볼품없으며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는 씨줄과 날줄처럼 엇갈려있고, 그렇게 서로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실타래가 뒤엉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형성해 갑니다. 

 

보디발과 바로 왕 그리고 시종장은 요셉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그저 들러리와 같은 존재였을까요? 그리고 요셉은 조금도 흠 없는, 그저 지혜롭기만 한 자였을까요? 어린 시절 그는 형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질투의 불꽃을 볼 줄 모르는 눈치 없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눈에는 선악으로 명확히 나뉘는 것도 하나님 눈에는 달리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바로 자만하지 않는 마음, 겸손한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내게 성숙할 시간을 마련해 준 씨줄과 날줄이 되어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또 앞으로 누군가의 삶에 선한 씨줄과 날줄이 되어줄 자기 자신을 기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도

 

하나님! 성공한 사람을 만나거나 믿음 안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볼 때면 늘 부러움이 몰려왔습니다. 그들의 삶은 화려하고 근사한데 비해, 우리의 삶은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들이고, 또 원하던 원치 않던 서로 간의 맞부딪침이 없었다면 어떤 삶의 이야기도 써 내려가지 못할 존재들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동참하게 하시고, 누군가 내 삶의 이야기에 동참하려 할 때 기쁨으로 맞이하게 해 주십시오. 아멘.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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