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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에세이] 셔츠 오래전 헤어진 그녀가 선물한 셔츠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셔츠는 여전히 잘 버텨주고 있었다. 문득 빨래를 널다가 셔츠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셔츠를 보며 이별의 아픔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 셔츠를 여전히 입고 있다는 건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반대로 나의 몸이 그때 그 셔츠에 더 잘 맞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성숙함으로 상처를 줬던 그녀에 대한 반성 때문일까. 7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지금이 그때보다 더 성숙해졌다는 하나의 상징일까. 모르겠다. 셔츠에 잘 맞는 몸이 되었듯이, 이젠 누군가를 이해하는 그 이해심의 깊이가 더 깊어지긴 한 걸까. 사랑의 기억.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 더보기
[에세이]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더디게 가는 시간과 빠르게 가는 시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평한 선물이지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시간을 바장이며 살지만, 시간의 촉감을 다르게 느끼며 산다. 3년 전 방송 을 보았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짧은 클립들을 보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가 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사건의 흐름을 통해 인식한다고 말했다. 사실 사람은 시간이 존재하는 걸 느끼지 못한다. 인지는 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흐르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환경과 상황의 변화, 육체의 변화, 낮과 밤, 계절의 변화 등이 시간의.. 더보기
[에세이] 사랑했던 기억 사랑했던 기억은 불현듯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억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지난 사랑에 관한 기억은 많이 잊혔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날의 기억들은 나를 두렵게 만든다. 영화 의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이별의 고통을 잊고자 사랑했던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억은 이미 지워졌어도 사랑했던 순간의 감각들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된다. 몸에 새겨진 흔적들은 기억을 넘어 그들의 몸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일본 문학가 엔도 슈사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심리와 기억에 관해 설명했다. 인간은 심리만이 아닙니다. 심리의 깊숙한 곳이나 배후에 뒤엉키고 질척질척한 무의식이 있고, 거기에 다양한 심리나 기억이 경계도 없이 뒤얽혀 있습니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어쩌면 무의식 밑에.. 더보기
[청파 Note / 새벽] 기억과 전통 20190615 청파교회 새벽설교 기억과 전통 1. 온 백성이 모두 요단강을 건넜을 때에, 주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2. "너는 백성 가운데서 각 지파마다 한 사람씩 열두 사람을 뽑아서 세워라. 3. 그리고 그들에게, 제사장들의 발이 굳게 선 그곳 요단강 가운데서 돌 열두 개를 가져다가, 오늘 밤 그들이 머무를 곳에 두라고 하여라." 4.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각 지파마다 한 사람씩 세운 그 열두 사람을 불러서, 5. 그들에게 말하였다. "주 당신들 하나님의 언약궤 앞을 지나 요단강 가운데까지 들어가서, 이스라엘 자손의 지파 수대로 돌 하나씩을 각자의 어깨에 메고 오십시오. 6. 이것이 당신들에게 기념물이 될 것입니다. 훗날 당신들 자손이 그 돌들이 지닌 뜻이 무엇인지를 물을 때에,.. 더보기
마음의 가방 ​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방에 내려 갈 때가 있었다. 한 주도 빠짐없이. 때론 당일치기로, 때론 하루를 묵으며. 평소 짐을 가볍게 하는 걸 좋아했던 나였지만, 보여 주고 싶은 게 뭐 그리도 많았는지 항상 가방을 가득 채워 넣고 내려갔다. 가방의 두께는 내 가슴의 두 배가 될 정도로. 가방의 재봉선이 조금씩 훼손 되는 걸 보며, 뭐 그리 많은 걸 넣고 다니냐고 타박했던 사람이 있었다. 정말, 뭘 그리도 많이 넣고 다녔을까. 무엇을. 삶이란 늘 기대에 못 미치기 마련인 것을 그 때도 알았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 이제는 좀 가볍게 살아볼까 하면 그렇게 살아질 순 있는 걸까. 내가 맨 건 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나를 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방에는 책 한 두 권 외에 노트나 필기.. 더보기
[에세이] 기억의 온도 뜨거운 지면의 온도와 텁텁한 바람의 짙음이 스며들지 못하는 가슴 시린 기억들이 있다. 문득, 그 기억을 살다보면 이땅의 계절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과연 우리는 이땅의 계절들을 사는 것일까, 아님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가슴의 기억들을 사는 것일까.*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더보기
[에세이] 그대를 기억하며 회상합니다 홍수 속 마실 물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과되지 않은 SNS 홍수 속에 급수가 높은 물도 여럿 있나 봅니다. 지금, 제 상황을 돌아보게 만드는 맑은 물을 만났습니다. 몇 개의 문장과 제 상황을 엮어 볼까 합니다. 기사의 전문은 주소로 남겨 놓겠습니다. 상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애도의 기술’ 애도는 고통스런 노동이다. 잊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기억하고 회상하려는 치열한 노동을 통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남편과 사별한 젊은 엄마 A씨는 ‘철의 여인’ 같 www.hankookilbo.com 지난번 짧게 라는 글을 쓰긴 했습니다만, 오늘 이 글은 그때의 글의 연장이라고 보면 좋겠네요. 우리는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 아주 심플하고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지나.. 더보기
[청파 Note / 1부] 우리의 기억이 머무는 곳 20150329 청파교회 1부 예배 설교 우리의 기억이 머무는 곳 시편 31:9-16: 주께 피하는 자의 기도 “다윗” 이사야 50:4-9: 주님의 종의 순종 “하나님의 은총, 고난 받는 종을 도우시는 하나님” 빌립보서 2:5-11: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심을 고백” (순종) 마가복음 15:40-47: 예수의 시신을 옮겨간 아리마대 요셉 우리의 기억 속 종려나무가지 지금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하고 기념하는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특별히 종려주일이자 고난주일이기도 합니다. 모두 잘 알고 계시겠지만, 부활절 한 주 전 일요일이 바로 종려주일입니다. 이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이 종려나무가지를 흔들며 그를 맞아주던 복음서 이야기에 기원을 .. 더보기
[청파 Note] 함께 무지개를 보다 20150222 청파교회 1부 졸업예배설교 함께 무지개를 보다 기억에 관하여 알파벳은 어떤 글자로 시작 되나요? ‘A’입니다. 그럼 한글의 자음은 어떤 글자로 시작 되나요? ‘ㄱ(기억)’입니다. 그래요, 오늘은 졸업예배를 맞아 ‘ㄱ=기억(memory)’에 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졸업을 맞아 ① 기억에 남은 선생님들이 있나요?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나 교회 선생님 중에 말입니다. ② 아니면 기억나는 단짝 친구가 있나요? 이 친구와 함께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친구나 아니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③ 또 기억에 남는 장소나 일(사건/사고)들이 있나요? 우리는 누구나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기억 하나씩 가지고 살아갑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