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수필 113

운전

2024.5.24.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시작점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운전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운전할 줄 알면 이젠 정말 어른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일까요? 저에게 운전대를 잡는 기회는 늦게 왔습니다. 한동안 미루고 비껴갔던 운전의 기회가 찾아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운전 여부가 곧 내 장래의 여부와 맞물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더듬거리고 긴장하며 시작했던 초보운전의 시간이 어느덧 몇 해가 흘렀습니다. 사실 운전을 할 줄 아는 게 어떻게 어른이 된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마다의 내면에 자리 잡은 하나의 주관적인 기준일 따름입니다. 운전을 능숙히 할 줄 아는 지금 와 돌이켜 보아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운전의 가능 유무와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잘 알고..

Salon 2024.05.25

관심

2024.5.23.  희한한 욕망이 있습니다. 몇 해 전, 한 예능에서 연예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뚱딴지같은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에는 인간의 복합적인 욕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그 연예인만의 욕망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올리고 사진을 올리고 영상을 올리고 섬네일을 만드는 일! 이 모든 일 안에는 바로 이러한 욕망이 담겨 있습니다. SNS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지만, 그 공간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만으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의 적절한 반응과 호응,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관심이 골칫거리를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관심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바라지만 바라지 않는 것이 바로 누군가..

Salon 2024.05.23

공감대

2024.5.22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 있습니다. 공감대라는 끈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신화 속 인간은 원래 둘이었으나 각각의 하나로 분리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인간은 저마다 하나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둘이 되거나 둘 이상이 되고 싶은 근원적인 열망을 갖습니다. 그렇게 서로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하나의 끈으로 묶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바로 공감대를 경험한 순간입니다.  공감대는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타자에게로 다가가는 순간이자 지옥과 같던 타자가 내게로 다가오는 순간을 말합니다. 우연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노력일 수도 있습니다. 공감대는 힘이 있습니다. 외롭던 존재가 누군가의 공감으로 조금은 덜 외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큰 도움이 필요한 것은 ..

Salon 2024.05.23

2024.5.21. 쉼 없이 달리는 사람은 요구합니다. 쉼을 달라. 삶이 지루한 사람은 요구합니다. 쉼 없이 달릴 시간을 달라.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기 형편에 따라 사고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상황, 처지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삶이 건네는 다양한 요구에 일일이 반응하느라 사람은 지쳐갑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삶이 주는 권태로움 때문에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형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문호 괴테는 자신의 시에서 "화창한 날이 계속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여기서 화창한 날은 평온한 일상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인간은 한 가지 상황만 지속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합..

Salon 2024.05.21

통증

2024.5.20. 목에 커다란 가시가 걸린 것 같았습니다. 음식물을 삼킬 때면 슬픔에 목이 메었을 때처럼 목에 커다란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병원에 갔습니다. 편도선이 많이 부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그리 반갑지 않았습니다. 몸을 잘 살피지 못해서 온 증상입니다. 편도염이 뭐라고 다른 더 큰 통증과 증상들도 많을 텐데 그럼에도 자기 존재감이 뚜렷했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반드시 커다란 증상만은 아닐 것입니다. 작은 통증이 더 신경 쓰이고 오래가기도 하는 법입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5.20

장례

2024.5.19. 장례식장을 다녀왔습니다. 장례식장은 인생에 끝이 있음을 알려주는 장소입니다. 인생에 끝이 있음을 알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하지만 사람은 쉽게 자기 삶의 끝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눈앞의 현실 때문이거나 삶이 주는 분주함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 생의 끝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서도 안 됩니다. 초조함 때문입니다. 어려운 말이지만 삶과 죽음 그 경계 어딘가에서 사는 것이 좋은 삶일 것입니다.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옛날에는 대부분 죽음을 집에서 맞이했는데 요즘은 그 죽음을 병원에서 맞이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집이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정확히 그 반대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치료의 목적과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자 하는 마음..

Salon 2024.05.20

생일

2024.5.18.  이 땅을 한 번이라도 거쳐 간 사람은 누구나 생일을 갖습니다.  생일은 기쁜 날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일을 맞이한 사람에게 축하의 의미로 선물을 건넵니다. 생일은 가능성이 현실화된 날입니다. 이 땅에 없을 수도 있던 사람이 구체화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생일은 충격적인 날입니다. 비존재가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일은 자신의 근본을 돌아보는 날입니다. 자신보다는 자신을 존재하게 한 이를 기념하기 때문입니다. 생일은 살아 있는 자의 날입니다. 세상을 벗어난 이의 생일은 기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일은 놀랍고 신비한 날이자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그런 날입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5.19

[에세이] 낯설어지는 익숙함

사람의 이름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평소 '성' 없이 '이름'만 부르던 이에게 '성'을 부여하게 되면 왠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이질감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개념이나 사물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효신이라는 이름을 말하다가 '성'에 '박'을 붙이니 기존에 잘 알던 다른 이가 출현하는 걸 보고 혼자 키득거렸던 적이 있다. 박-효신.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름에 관해서는 어떤 이들의 이름을 마치 고유명사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아마 개념을 먼저 수용하고 나중에 의미를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는 게 다 이렇다. 무비판적인 수용!(이렇게 거창한 이야긴 아닌데) 익숙하던 것이 낯설어지는 경험. 일상에 일어난 사소한 사건이 잠자던 생각에 동심원을 만들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살롱(Bi..

Essay 2021.06.05

[에세이] 모기에 담긴 추억

가을이 오면 모기가 극성이다. 알람도 한 번에 깨우지 못한 이 무거운 몸뚱이를 모기는 단번에 일으킨다. 귓가에 왕왕대는,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그 기묘한 날개소리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 대체 어떻게 집으로 들어왔나, 모기의 유입경로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 길어지면, 집안을 완전히 밀폐시키고 에프킬라를 잔뜩 뿌려놓은 뒤 산책을 나갔다와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모기 포획방법은 어렸을 때 엄마, 누나와 함께 늦여름 저녁마다 하나의 의례처럼 행했던 방법이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모기가 추억 하나를 불러온 것이다. 단잠을 자기 위해 집안을 에프킬라로 가득 채운 뒤 산책을 나갔다 왔던 그 시간들을 가을 모기가 물고 온 것이다. 살다 보면 잊혔던 옛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잊은 줄..

Essay 2020.09.30

[에세이] 살다 보면

날 것 그대로 표현해 보자면,  살다 보면,일을 저질러야 할 때가 있고, 일이 저질러지는 경우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문제를 일으켜야 할 때가 있고,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가끔, 모든 것이 선택-되어졌다고 생각되다가도,다시 생각해보면,모든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또 어떤 날은,모든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다시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선택-되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코헬렛(קהלת)의 이야기처럼'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작가야의 말씀살롱말씀을 나누고 공부하는 살롱(salon)입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합니다.www.youtube.com

Essay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