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수필 117

예의 2

2024.7.5.  예의에 관한 이야기를 남겼었습니다. 그때 남긴 예의란 '나 좋을 대로만 행동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시도'가 곧 예의라고 말했습니다. 거창해 보이는 말이지만 단순히 말해서 예의란 어쩌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아주 사소하게 드러나야 할 덕목인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 사람이 상대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장난도 칩니다. 그도 힘든 하루를 보냈기에 피곤한 상태입니다. 노력 중이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도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조금은 지쳐있었기에 모든 말에 응답하질 못합니다. 대화 중이었던 모든 말에 다 응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꼭 답해야 하는 순간도 있는 법입니다. 여러 말 중에 어떤 말은 힘을 내서 응답해야 합니다. 하지..

Salon 2024.07.06

끌림

2024.7.4.  장례식장에서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10살쯤 더 많은 부부였습니다. 두 분 중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해서 조문을 갔던 것입니다.  물론 슬픔을 나눈 위로의 시간이 없진 않았으나 대부분의 시간은 밝고 조금은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부부가 기본적으로 성격이 밝고 장난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남편 되시는 분께서는 처음에는 조용히 계셨으나 차차 이야기의 문을 여시더니 점점 말이 많아지셨습니다. 진중한 목소리에 조금은 유쾌한 억양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아내분께서는 이 남자의 이런 수다스러움은 자신이 한몫한 거라며 별 얘기 아닌 것도 자꾸 재밌다고 웃어주다 보니 이렇게 씩씩한 수다쟁이 아저씨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웃으며 남편을 한 방 먹였던 것입니다. 물론 남편분은 조금의..

Salon 2024.07.05

입장

2024.7.3.  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운전할 일이 잦은 이 직장에서 장롱면허는 입사의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인에게 열심히 교육을 받고 무사히 입사했습니다.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당연히 초보운전자였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출퇴근이나 어디 갈 일이 있을 때 회사 차량을 사용해도 괜찮으니, 평소에 운전 연습을 자주 하라고 했습니다. 회사의 배려에 감사했습니다.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여전히 운전은 조심스럽긴 하나 처음 입사 때 비해서는 훨씬 실력이 늘었습니다. 요즘도 종종 출퇴근 시, 차량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대표님이 조심스럽게 불러서 말씀하셨습니다. 주위에서 보기에도 그렇고 회사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며 특별한 때가 아니면 가급적..

Salon 2024.07.04

장마

2024.7.1.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모기도 있지만 바로 장마가 그러한 손님입니다. 여름에 비는 얼마나 자주 오는지 여름이라는 계절의 1/3은 비와 함께 보냅니다. 생명의 순환의 기준에서 보자면, 장마나 태풍은 매우 반가운 손님입니다. 오지 않으면 안 될 귀인입니다. 하지만 장마는 사람에겐 꽤 번거로운 손님입니다. 출퇴근할 때 젖을 신발과 양말, 옷을 생각하면 벌써 찝찝합니다. 그리고 높은 불쾌지수와 끈적끈적 흐르는 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됩니다. 장마를 보내고 나야 여름의 더위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반가운 손님이자 불청객과 같은 이번 여름 장마도 부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TMI 쪼리를 사던지 남성용 장화를 사든지 해야겠습니다.   이작가야의..

Salon 2024.07.02

일탈

2024.6.31. 가끔 일탈을 꿈꿉니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적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오다가 군대를 제대할 때쯤, 최초로 강렬한 일탈의 욕구를 느꼈습니다. 일탈은 정도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지내 온 삶이 앞으로도 똑같이 펼쳐질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의 감정이 강렬히 밀려왔습니다. 일탈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시도하거나 성취하며 산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말하는 일탈이 일탈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탈은 절대적일 수 없습니다. 상대적이기 마련입니다. 많은 고전은 안전과 모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의 첫 장에는 한 여인의 다음과 같은 독백이 등장합니다. "나는 모든 것이 변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Salon 2024.07.01

뱃살

2024. 6. 28.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되면, 꼭 아이스크림을 찾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꼭 아이스크림 생각이 납니다.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허전할 뿐만 아니라 뭔가를 제대로 마친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에는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꼭 저녁에 그렇게 먹고 싶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문제는 횟수와 양입니다. 매일 빠짐없이 먹고 또 자기 전에 먹다 보니 늘 살이 문제입니다. 먹는 양도 점점 늘어갑니다. 이전에는 전혀 흥미가 없던 배스킨라빈스를 단골처럼 시켜 먹고, 너무 자주 배스킨라빈스를 먹어서 죄책감이 들면 대신 하드를 먹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

Salon 2024.06.29

영감

2024.6.27.  글을 쓰는 것은 노동입니다. 물론 노동이 아닌 글도 있습니다. 그런 글을 설사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한참 인문학 공부를 할 때, 뼛속 깊이까지 내려가서 쓴 글을 (거칠게 표현하여) 된똥에 비유했고, 고민 없이 그제 발설하기 위한 목적의 글을 설사에 비유했습니다. 제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힘겨운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수고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두렵고 막막한 순간은 백지를 마주한 순간입니다. 맑디맑은 하얀 화면을 응시하는 것은 설렘보다는 막막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내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말을 붙잡아 글을 쓰는 것은 매우 복 받은 순간입니다. 그러한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하고 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늘 이러한 순간과 ..

Salon 2024.06.28

우연

2024.6.25.  지방 출신이 서울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향 사람을 만나는 건 가능한 일일까요?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몇 해 전, 20년 만에 우연히 사당역에서 고향 동창을 만났고, 아주 잠시 들른 고향의 어느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동창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손 볼 곳이 있어서 외부 업체 사람들이 왔었고 사무실 곳곳을 살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직원 중의 한 명이 제가 있는 사무실로 왔고 저는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편히 일을 보시라고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께서 "00 형 아니세요?"라고 하시길래 화들짝 놀라서 그 직원분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폈습니다. 거..

Salon 2024.06.26

친구

2024.6.24.  친구라는 말은 너무 중요해서 뭐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단어입니다. 친구라는 말은 너무 흔해서 식상해지기 쉬운 단어입니다. 친구라는 말의 정의는 여러 개일 수 있으나 가까운 친구를 말할 때는 늘 한두 명의 적은 인원만 포함시키는 게 친구라는 단어입니다.  다 지난 유행이지만 누군가 T와 F중에 선호하는 성향의 친구가 있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공감과 위로를 잘하는 F의 친구를 바랄 때도 있고, 공감과 위로에서만 머물지 않고 날카로운 지침을 주는 T의 친구를 바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F로 시작해서 T로 마무리하는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인가. 그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TF와 FT. 문득 TF팀이라는 말과 FT Island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Salon 2024.06.25

타이밍

2024.6.23.  영화 를 보면, 남자 주인공인 견우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연이란 노력한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입니다." 무언가를 얻거나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우연이라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말일 것입니다. 물론 가만히 있어야 할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바가 있을 때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에게 운명은 단 한 번의 기회라도 더 마련해 주기 마련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빈번하진 않아도 종종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기회들이 찾아왔음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기회인지 알아채지 못해서 어떤 기회는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고 또 어떤 기회는 예상..

Salon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