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수필 113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경청은 단순히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발생한 사람을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섣부르게 단정하는 습관 때문에 빈번히 오역이 일어난다. 집중과 인내. 그리고 어쩌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언어는 고정되지 않는다. 언어에 기준이나 법칙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기준일 뿐이다. 사람의 언어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한 겉바속촉 쿠키와 같다. 인간관계는 결국 겉보다 서로의 속(내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상대방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를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오역이 발생한다. 그래..

Salon 2024.10.15

청춘

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향수는 떠났으나 아직 이르지 못한 자, 이르지 못해 떠도는 자를 찾아온다. 혹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다. 떠났으나 아직 이르지 못한 자, 떠도는 자는 그 불완전한 존재의 상태를 견디기 위해 향수를 불러오고 향수에 매달린다. 향수에 의지해서 산다."  김연수 작가는 청춘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라고 말이다. 청춘이야말로 떠났으나 아직 이르지 못한 자이다. 그렇기에 청춘은 불완전하고 향수에 젖어 사는 자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청춘에게는 늘 가능성이 열려있고 청춘이기에 뭐든 해볼 수 있다. 청춘은 중립지대에 산다. 그럼, 지금..

Salon 2024.10.11

문학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문학에 유사종교적 기능이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종교의 거울이다. 인간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추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종교에는 관심이 없지만 문학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문학에는 흥미 없지만 종교에는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만약 문학과 종교, 종교와 문학이 서로 다른 게 아니라면? 두 가지 분야 다 인간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분야라면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학은 종교의 거울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판 사람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

Salon 2024.10.06

우화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보르헤스는 어떤 대담에서 사유나 관념보다는 이미지나 우화에 더 끌린다고 말한 바 있는데, 우화적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자생적이지 않고 더 본질적인 다른 이야기를 가리킨다." 관념과 사유투성이의 글. 허세가 담긴 글. 그래서 진솔함이 느껴지지 않는 글. 그게 나의 글이다. 나는 글 뒤에 숨는다. 삶도 있는 듯 없는 듯 산다. 글에도 삶이 묻어난다. 사유나 관념에 집착하는 것은 우화를 써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진실은 직선보다 곡선을 통해 잘 드러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10.05

열정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또 다른 어느 선생님의 말마따나, 열정도 재능이기 때문이다. 고갈되지 않는 열정은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이 말이 참 위로가 된다. 열정도 재능이라니.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회색에 가까웠고,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캐릭터였다. 뜨겁거나 차지 않았다. 그랬던 순간은 찰나와 같았다. 존경하는 선생님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며 이 사실을 깨달았다. 선생님은 몇 시간을 가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고 글 쓰기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나도 욕구는 있어서 함께 책 읽기는 시작했으나 의지가 약하여 수면 속으로 깊이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 의지로만 안 되는 일이 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24

주는 것

2024년 9월 23일 월요일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떠다니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바닥에 안착시켜 주었다. 특히 사랑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라는 말에서 그러했다. 그는 사랑은 활동이자 참여이며,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낭만적 사랑에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진 못할 것이다. 정리해 보자. 사랑은 상대방의 일에 깊은 관심을 두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일에 동참..

Salon 2024.09.24

나이대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까 인생의 모든 나이에는 각각의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는 것이더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과 싸우려 하지 말고 함께 놀아보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씀이다. 젊은 시절의 방황이 싫어서 빨리 나이가 들기를 바랐고, 나이가 들어가니 청춘이 아쉬워 시간이 늦게 흐르기를 바랐다. 그래, 같은 강물이 결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법. 앞으로 맞이하게 될 나이대에 반드시 어려움은 찾아오겠지만, 그것이 두렵다고 하여 현재의 행복을 유보할 수는 없다. 지금, 현재, 이-하루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다시 눈을 뜰 때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19

불안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삶이 불안정할 때 삶의 불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다. 삶이 안정할 때 삶의 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지금 내가 써야 하는 글은 긴 글이어야 하나. 그 반대여야 하나. 현재 내 삶은 안정적인 듯하여 나의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그런데 이게 맞나? 지금 내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삶이 안정적이라고 느낄 때 내 삶은 매우 불안한 상태일 수 있고, 삶이 불안하다고 느낄 때 어쩌면 내 삶은 아주 괜찮은 순간일 수 있다.  사람은 불안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반대의 경우는 물론 말이 적어질 테고. 불안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계급구조에 놓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상황을 ..

Salon 2024.09.15

상처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나는 절실한 상처의 기록을 읽기 좋아한다. 인간의 마음을 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에는 선인장처럼 온통 가시가 박혀 있는 마음의 형상이 찍혀 있을 것이다. (...) 작가는 누구에게서나 상처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원효나 퇴계, 아리스토텔레스나 하이데거의 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서 그들의 상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꿈 전문가로는 프로이트와 융이 대표적이겠지만 이런 대가들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사람은 매일 꿈을 꾼다. 바로 이러한 사람의 꿈이 상처와 연관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꿈=상처'가 아니다. 하지만 억압되고 잠재되..

Salon 2024.09.14

진실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문학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아니, 단순한 것이 실은 복잡한 것임을 끈질기게 지켜보는 일이다. 진실은 단순한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진실은 복잡한 것이라는 말도 맞다."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다. 나의 내면은 늘 복잡하고 난해했다. 위험하기도 했고 초라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으면 알 수 있다. 저 사람은 나의 내밀한 속내를 다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감각.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도 아니다. 우연히 어떤 것을 느끼고 경험해 보았냐는 차원이다. 진실은 복잡하기도 하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