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수필 113

아저씨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올해의 이른바 못 나온 사진이 내년에는 잘 나온 사진이 된다. 자연의 친절한 속임수는 모든 일을 천천히 진행시켜 우리를 상대적으로 덜 놀라게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알았던 나이 많은 아저씨들처럼 언젠가는 그의 손에도 검버섯이 생길 것이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고향이 주는 편안함에 그야말로 원시적인 편안함으로 2박3일을 보냈다. 태어날 때부터 돌봤던 아기가 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 녀석도 20대 중반이 다 되어간다. 고향을 다녀오고 나서 어머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재민이가 형 사진을 보고 "형 이제 아저씨가 다 됐다."라고 말했다며 친절히 그 녀석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래. 너는 안 늙나 어디 지켜볼 것이다. 원시적인 편안함 뒤에 숨어서 그렇지 꾸미면..

Salon 2024.08.19

노력

2024년 8월 17일 토요일  "내가 아는 훌륭한 시인들은 타고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저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필사적인 노력에 신비로운 것이라고는 없다. 노력이란,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는 처절한 세속의 일이다. 조금도 신비롭지 않은 그 노동이 멈추면 시인도 함께 소멸된다." 대가가 되는 길이 어찌 쉬운 길이겠는가. 어떤 위치에 오른 사람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위치에 오른 것이리라. (신형철)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 의 첫대목은 영감은 선택된 자에게 찾아오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래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물론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형철 작가나 움베르토 에코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영감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초자연적인 ..

Salon 2024.08.17

독화살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부처님은 어디선가 독 묻은 화살이 날아와 허벅지에 박혔을 때 먼저 그 화살부터 빼라고 하셨다. 화살이 꽂혀 있는데도 화살을 빼지 않고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왜 쏘았는지 알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퍼져 죽고 말 것이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화살을 맞을 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화살은 '원치 않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나는 맞은 화살 때문에 화가 나고 억울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대부분의 화살에는 독이 묻어 있다. 그렇기에 화살을 빼고 치료부터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온몸에 독이 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분노와 복수만 남아 있는 나는 분노를 표출하고 복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남는 것은 함께 ..

Salon 2024.08.17

신(神)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나는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 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신이 더 신다워지기 위해 인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그래도 신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어도 신은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고 하여 더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리라. 가능성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리라. 신은 참 많(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은 인간이 기쁨과 평화를 누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신을 믿는 사람은 그 신의 가르침을 살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신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떠한가. 특별한 이로움은 없고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인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일만 남게 되리라.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Salon 2024.08.17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내가 이야기의 끝에 자꾸 '나'를 주어로 삼은 문장을 써보고는 하는 것은 의례적인 반성적 제스처를 집어넣어서 스스로 면죄부를 발송·수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다." 담백하고 간결하며 의도가 분명한 문장을 쓰고 싶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글 속에는 글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나'라는 주체가 등장한다. 지금도 이 한 문장에 '나'가 등장하지 않았는가. 좋은 '나'와 나쁜 '나'가 있는진 모르겠으나 글 속에 '나'의 등장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반성적 차원의 '나', 스스로 경계하기 위한 '나'를 출현시키고 싶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14

조롱

2024년 8월 9일 금요일 종종 누군가를 조롱한다. 상대를 골탕 먹일 생각에 조롱한다. 물론 가만히 있는 사람을 조롱하진 않는다. 조롱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을 조롱한다. 책을 읽다가 조롱이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조롱과 풍자를 비교하는 이야기였는데, 풍자는 특정한 때에 사용 가능하지만, 조롱은 언제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책은 말한다. 첫째, 풍자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향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 나는 힘 있는 사람을 조롱하지 못했다. 둘째,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조건은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생김새나 성별은 웃음거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조심하는 편인데, 주위에 이러한 조건을 놀리는 사람들이 있고 나도 그 풍자의 대상이 되곤 했다. 마지막..

Salon 2024.08.10

공감

2024년 8월 8일 목요일   "고통의 공감은 일종의 능력인데, 그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궁금했던 지점이다. 공감은 능력의 영역인데, 그 능력은 경험을 통해 온다는 말이다. 유한한 인생에서 모든 경험을 해 볼 수는 없는 터. 공감의 맥락에서 볼 때, 내게 안겨 준 지나온 고통들에 감사하며, 앞으로 다양한 고통을 경험해 보는 것이 인간 이해의 폭을 넓혀주리라.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사람만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그 고통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사람,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자신의 안락을 포기한 사람들만을 존경한다.'라고 말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

Salon 2024.08.09

영원

2024년 8월 7일 수요일  "사랑에 빠진 남자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단, 영원히 사랑하는 것만 빼고."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여성과 결혼하여 두 명의 자녀를 둔 그였지만, 그는 동성애자였고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부와 명성을 모두 잃게 된다. 그 또한 시대적인 한계의 희생양이었다.  감옥에서 쓴 에는 동성 애인을 향한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반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예민하다. 그리고 섬세하다. 그들의 눈에는 일반인들이 보는 것 이상의 것들이 보이는 듯하다. 동성과 이성의 사랑을 모두 경험한 그는 사랑이 가진 열정과 한계를 보았다. 그는 사랑에 빠진 남자가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은 할 수 있어도 그 사랑을 영원히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Salon 2024.08.08

여행

2024년 8월 6일 화요일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는 것을 인디언에 관해 쓴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들은 왜 모두 영혼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은 빠르고 편리해서 좋다. 다만 비행기 여행의 아쉬운 점은 기차나 버스 혹은 도보로의 여행보다 여행이 주는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여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만약 여행의 목적이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과 환경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라면 영혼이 몸의 속도에 따라오기 쉬운 교통편을 이용해 보길 추천한다. 부엔 까미노!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07

정(情)

2024년 8월 4일 일요일  "순진한 처녀 울리지 말고 혼 여자 골라잡으라. 눈코 입 제대로 붙 이시민 되는 거여. 여자는 똑같앙, 어떤 여자도 살당 보민 정이 들고 정 붙영 살당 보민 세상 사는 맛도 생기주." 제주 의 그 김영갑 작가님의 책에 나온 이야기다. 작가님과 같은 동네에 사는 할아버지가 마주치면 늘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결혼 이야기라고 했다. 저 할아버지 분명 고수임이 분명하다. 정(情)은 참 무서운 것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