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수필 117

나이대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까 인생의 모든 나이에는 각각의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는 것이더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과 싸우려 하지 말고 함께 놀아보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씀이다. 젊은 시절의 방황이 싫어서 빨리 나이가 들기를 바랐고, 나이가 들어가니 청춘이 아쉬워 시간이 늦게 흐르기를 바랐다. 그래, 같은 강물이 결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법. 앞으로 맞이하게 될 나이대에 반드시 어려움은 찾아오겠지만, 그것이 두렵다고 하여 현재의 행복을 유보할 수는 없다. 지금, 현재, 이-하루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다시 눈을 뜰 때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19

불안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삶이 불안정할 때 삶의 불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다. 삶이 안정할 때 삶의 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지금 내가 써야 하는 글은 긴 글이어야 하나. 그 반대여야 하나. 현재 내 삶은 안정적인 듯하여 나의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그런데 이게 맞나? 지금 내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삶이 안정적이라고 느낄 때 내 삶은 매우 불안한 상태일 수 있고, 삶이 불안하다고 느낄 때 어쩌면 내 삶은 아주 괜찮은 순간일 수 있다.  사람은 불안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반대의 경우는 물론 말이 적어질 테고. 불안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계급구조에 놓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상황을 ..

Salon 2024.09.15

상처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나는 절실한 상처의 기록을 읽기 좋아한다. 인간의 마음을 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에는 선인장처럼 온통 가시가 박혀 있는 마음의 형상이 찍혀 있을 것이다. (...) 작가는 누구에게서나 상처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원효나 퇴계, 아리스토텔레스나 하이데거의 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서 그들의 상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꿈 전문가로는 프로이트와 융이 대표적이겠지만 이런 대가들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사람은 매일 꿈을 꾼다. 바로 이러한 사람의 꿈이 상처와 연관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꿈=상처'가 아니다. 하지만 억압되고 잠재되..

Salon 2024.09.14

진실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문학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아니, 단순한 것이 실은 복잡한 것임을 끈질기게 지켜보는 일이다. 진실은 단순한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진실은 복잡한 것이라는 말도 맞다."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다. 나의 내면은 늘 복잡하고 난해했다. 위험하기도 했고 초라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으면 알 수 있다. 저 사람은 나의 내밀한 속내를 다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감각.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도 아니다. 우연히 어떤 것을 느끼고 경험해 보았냐는 차원이다. 진실은 복잡하기도 하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13

천천히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극도로 천천히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으며 오해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는 이 이야기 끝에 요즘 많은 사람은 점점 '빠르게 말하는 글'을 쏟아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동의한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점점 공글리지 못한 글들을 쏟아낸다. 지면이 마치 감정받이가 되는 양 말이다(물론 지면은 활용하기 나름이나 쉽게 휘두른 펜에 맞은 상처 또한 타격감이 크다). 좋은 글은 수련행위와 같다. 잘 쓴 글은 충분히 시간이 할애 됐거나 충분한 고민이 녹아든 글이다. 글을 쓰는 행운을 누린다. 스스로에 대한 한계와 고통을 껴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

Salon 2024.09.12

안개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그러나 안개 속에서만 보이는 이것이 우리의 진실이라면? 진실이란 본래 그렇게 우울하고 애매한 것이라면? 빨려들듯 찾아갔다 도망치듯 떠나오는, 진실의 공간, 무진(지명)은 우리에게 왜 문학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위해 거기 있다." 무진은 안개로 유명한 곳인가 보다. 작가는 무진을 찾아갔다가 안개 덕에 삶의 진실을 맛보았나 보다. 문학은 확실하고 명료한 것들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분야다. 그래서 문학이 안개와 닮았나 보다. 안개는 불확실한 대기니까. 삶에 확실한 것이 있을까. 삶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 사실만이 확실한 사실이 아닐까. 이것이 내가 문학을 좋아하고 또 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

Salon 2024.09.11

예술

2024년 9월 9일 월요일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글과 그림이나 조각에 생명이 있다는 말은 그것이 나를 멈춰 서게 만들어서 어딘가로 데려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데려감은 강제적이지 않고 느리고 천천히 데려가는 데려감이다. 나는 예술을 잘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알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예술에는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와 내밀함, 욕망이 모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이 정말 이러하다면 어찌 한두 마디의 말로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를 요약할 수 있겠는가. 이작가야의..

Salon 2024.09.10

배움

2024년 9월 8일 일요일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다음이며, 곤란을 겪고 나서야 배우는 사람이 또 그다음이다. 곤란을 겪고 나서도 배우지 않는 것은, 백성들이 바로 그러한데, 이는 하급이다." 배움에 정도(正道)는 없다. 하지만 정도(程度)의 차이는 있다. 누군가는 배움에 능해서 지름길로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길로 간다. 그런데 잘 배우면 무엇에 좋다는 말인가. 단순히 실수를 덜 하기 위함인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덜 끼치고 즐겁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 나는 2번이 되고 싶으나 3번 유형의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4번이라는 뜻이 아닌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

Salon 2024.09.10

상투어

2024년 9월 5일 목요일 "상대방이 자신에게 클리셰(상투어)를 남발한다는 것은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움찔했다. 허에 찔린 듯 시큼했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인가. 분명히 다른 날이다. 그대는 어제 내가 만난 그 사람이 맞는가. 분명 다른 당신이다. 탓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없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새로움을 보아낼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함이 마땅하다. 릴케는 이런 함정에 빠진 이들을 보며 자신을 탓하라고 말한다. 일상의 풍요로움을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히 시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직업으로서의 시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감각을 가진 누구나 시인이다. 당신은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지내는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

Salon 2024.09.05

서명

2024년 9월 4일 수요일  "소소하지만 황송한 인연이 있어 선생(황현산)께서 서명한 책을 받을 수 있었는데, 선생은 책의 속지에다 서명을 하지 않고, 따로 작은 메모지에 서명을 해서 그것을 테이프로 붙여 보내셨다. 이 특이한 조치의 속뜻이 짐작되지 않아서 알만한 이에게 물어보니, 당신의 '졸저'를 다 읽으면 서명 쪽지를 떼어 버리고 중고서점에 팔라는 뜻으로 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지인에게 책 선물할 기회가 있었다. 근사한 공연의 초대에 감사한 마음에 책 한 권을 사서 드릴 예정이었는데, 그래도 흔적이라도 남겨 드리고자 메시지를 써서 드렸다. 볼펜이 없어서 공연 안내 부스에서 펜을 빌렸고 열악한 환경에서 글을 쓰다 보니 글씨가 가리산 지리산이었다. 원래 글씨가 예쁘지 않은데 더 악필에 가까워졌..

Salon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