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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13

갈등

2024년 9월 16일 월요일  "저는 사랑이 바로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성적 욕망과 그 시련들, 또는 아이의 탄생도 당연히 포함하지만, 마찬가지로 수많은 여타의 것들, 좀 더 솔직히 말해 차이의 관점에서 시련을 영위하는 것에 관여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포함시키는 그런 계획입니다." (알랭 바디우) 갈등은 불편합니다. 그래서 저는 갈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갈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이든 그렇지 않은 사이든 갈등은 늘 모든 관계에 내재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해 왔습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넘쳐나지만 그 가운데 건질만한 정의가 있습니다. 알랭 ..

Salon 2024.09.19

불안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삶이 불안정할 때 삶의 불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다. 삶이 안정할 때 삶의 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지금 내가 써야 하는 글은 긴 글이어야 하나. 그 반대여야 하나. 현재 내 삶은 안정적인 듯하여 나의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그런데 이게 맞나? 지금 내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삶이 안정적이라고 느낄 때 내 삶은 매우 불안한 상태일 수 있고, 삶이 불안하다고 느낄 때 어쩌면 내 삶은 아주 괜찮은 순간일 수 있다.  사람은 불안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반대의 경우는 물론 말이 적어질 테고. 불안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계급구조에 놓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상황을 ..

Salon 2024.09.15

상처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나는 절실한 상처의 기록을 읽기 좋아한다. 인간의 마음을 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에는 선인장처럼 온통 가시가 박혀 있는 마음의 형상이 찍혀 있을 것이다. (...) 작가는 누구에게서나 상처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원효나 퇴계, 아리스토텔레스나 하이데거의 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서 그들의 상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꿈 전문가로는 프로이트와 융이 대표적이겠지만 이런 대가들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사람은 매일 꿈을 꾼다. 바로 이러한 사람의 꿈이 상처와 연관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꿈=상처'가 아니다. 하지만 억압되고 잠재되..

Salon 2024.09.14

진실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문학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아니, 단순한 것이 실은 복잡한 것임을 끈질기게 지켜보는 일이다. 진실은 단순한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진실은 복잡한 것이라는 말도 맞다."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다. 나의 내면은 늘 복잡하고 난해했다. 위험하기도 했고 초라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으면 알 수 있다. 저 사람은 나의 내밀한 속내를 다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감각.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도 아니다. 우연히 어떤 것을 느끼고 경험해 보았냐는 차원이다. 진실은 복잡하기도 하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13

천천히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극도로 천천히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으며 오해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는 이 이야기 끝에 요즘 많은 사람은 점점 '빠르게 말하는 글'을 쏟아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동의한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점점 공글리지 못한 글들을 쏟아낸다. 지면이 마치 감정받이가 되는 양 말이다(물론 지면은 활용하기 나름이나 쉽게 휘두른 펜에 맞은 상처 또한 타격감이 크다). 좋은 글은 수련행위와 같다. 잘 쓴 글은 충분히 시간이 할애 됐거나 충분한 고민이 녹아든 글이다. 글을 쓰는 행운을 누린다. 스스로에 대한 한계와 고통을 껴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

Salon 2024.09.12

안개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그러나 안개 속에서만 보이는 이것이 우리의 진실이라면? 진실이란 본래 그렇게 우울하고 애매한 것이라면? 빨려들듯 찾아갔다 도망치듯 떠나오는, 진실의 공간, 무진(지명)은 우리에게 왜 문학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위해 거기 있다." 무진은 안개로 유명한 곳인가 보다. 작가는 무진을 찾아갔다가 안개 덕에 삶의 진실을 맛보았나 보다. 문학은 확실하고 명료한 것들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분야다. 그래서 문학이 안개와 닮았나 보다. 안개는 불확실한 대기니까. 삶에 확실한 것이 있을까. 삶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 사실만이 확실한 사실이 아닐까. 이것이 내가 문학을 좋아하고 또 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

Salon 2024.09.11

능력의 차이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100배에 이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두식 교수)  임금에 관한 얘기다. 월급 말이다. 사람의 능력은 차이가 있다. 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간에 능력의 차이가 월급의 차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이것이 늘 문제다. 이것이 늘 불공평의 뿌리다. 나도 비슷한 능력을 갖춘 다른 누군가보다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100배(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기준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늘에 있다고 말하지 말라. 특정한 일을 더 낫게 여기는 욕망에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Salon 2024.09.10

예술

2024년 9월 9일 월요일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글과 그림이나 조각에 생명이 있다는 말은 그것이 나를 멈춰 서게 만들어서 어딘가로 데려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데려감은 강제적이지 않고 느리고 천천히 데려가는 데려감이다. 나는 예술을 잘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알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예술에는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와 내밀함, 욕망이 모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이 정말 이러하다면 어찌 한두 마디의 말로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를 요약할 수 있겠는가. 이작가야의..

Salon 2024.09.10

배움

2024년 9월 8일 일요일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다음이며, 곤란을 겪고 나서야 배우는 사람이 또 그다음이다. 곤란을 겪고 나서도 배우지 않는 것은, 백성들이 바로 그러한데, 이는 하급이다." 배움에 정도(正道)는 없다. 하지만 정도(程度)의 차이는 있다. 누군가는 배움에 능해서 지름길로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길로 간다. 그런데 잘 배우면 무엇에 좋다는 말인가. 단순히 실수를 덜 하기 위함인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덜 끼치고 즐겁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 나는 2번이 되고 싶으나 3번 유형의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4번이라는 뜻이 아닌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

Salon 2024.09.10

신뢰

2024년 9월 7일 토요일  "이를테면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멘토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혜와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 나를 잘 아는, 내 편인, 그런 사람만이 나를 진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멘토라는 말의 출처는 다. 트로이 전쟁 길에 오른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오랜 친구 멘토르에게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의 장래를 맡긴다. 그리고 20년 만에 귀향한 오디세우스는 의젓하게 성장한 그의 아들과 마주한다. 현재 멘토르는 고유명사가 되어 주로 '아버지 같은 스승'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영어권에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을 멘토, 도움을 받는 사람을 멘티라고 칭한다.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 멘토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버지 ..

Salon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