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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에세이] 혁명의 순간, 그 다음날 만나는 사람과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를 떠나보내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힘겨워졌다. 그래서 그 사람을 떠나보내려 한다. 첫 연애, 헤어지고 나서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몰라 모든 당혹감을 끌어안느라 지독한 어둠을 경험한다. 미안함, 후회, 자책, 변명들이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다시 여러 번의 인연을 만나고 헤어짐을 경험한다. 이제 이별 후를 조금은 알듯하여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상실의 슬픔을 애도하고, 아픔을 직면하고, 또 견뎌낸다. 끝 모를 시간의 반복이다. 사랑은 떠나가도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다시 힘을 내어 본다. 이별 후의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무엇으로 그 삶을 채울 수 있을까? 다음 세상을 닳아버린 몽당연필로 .. 더보기
[플래툰 쿤스트할레]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고 2013년 9월 25일(수) 플래툰 쿤스트할레 _ the zizek / badiou event of philosophy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다 "멈춰라 생각하라" 그동안 인문학 모임을 통해 책으로만 만나왔던 이를 드디어 청담동에서 만났다. 외국인을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강연장은 만원이었다. 이쪽 저쪽 다양한 분야를 찔러가며 어렵게 어렵게 글을 써나가던 이의 말솜씨는 어떠할지 몹시 궁금했다. 그는 타고난 글꾼이며 또한 말꾼일지 기대가 됐다. 인문학의 오랜 벗, 성공회 신학과 출신의 광민과 감신 후배 연진이와 그곳을 방문했다. 옛부터 교회에서 은혜 받는 자리는 앞자리라고 했던가! 우리 셋은 지젝 선생 앞과 옆에 자리잡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과 같이 빨간 냄새 풍기는 사람이 .. 더보기
[지젝] 까다로운 주체 글귀 모음 1. 권력과 저항(대항-권력)은 서로를 전제하고 생성한다. 즉 부정한 욕망을 범주화하고 규제하는 바로 그 금지 조치가 사실상 그런 욕망을 생성한다. 성적 유혹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피해야만 하는 상황들을 상세히 기술하는 가운데 어떻게 유혹이 작동하는가(단순한 미소, 눈짓, 방어적 손동작, 도움 요청 등이 어떻게 성적 암시를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범한 지식을 드러내는 그 전설적 인물인 초기 기독교의 금욕주의자를 생각해보면 된다. (주체는 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자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이런 압제의 산물로서 출현한다) 슬라보예 지젝, , 도서출판b, p.402 2. 도착증자는 (무엇이 향유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타자에 대한) 답을 알기 때문에 무의식을 배제한다. 그는 그것에 대해 어떠한 의심도 품.. 더보기
[에세이] '사랑의 사건'은 근본적으로 우연이다 왜 그런가? 가장 기본적으로, 사랑은 외부적이고 무의미한 조우 혹은 충돌의 내면화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사랑의 사건은 근본적으로 우연적이어서 우리는 결코 그것의 발생을 예상할 수 없다. 사랑은 운명의 여신에 대한 훌륭한 예이다. 반면에 우리가 우리의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때, 그것은 마치 우리가 그것을 평생 기다려온 것처럼 보인다. 슬라보예 지젝, , 도서출판b, p.157 우리 삶에서 필연의 만남이 있을 수 있을까. '당신과 나는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당신과 나는 만나야만 했다'와 같은 말들은 얼마나 근거가 있는 말들일까. 아직 반려자(伴侶者)를 만나지 못했기에 사랑의 사건은 나에게 큰 관심사이다. 잡힌 듯 하면 놓쳐버리고, 놓친 듯 하지만 잡힐 듯 한 이 사랑이라는 알 수없는 녀.. 더보기
[에세이]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프로이트는 사람의 증상 가운데 히스테리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히스테리는 다음의 짧은 글의 ‘그’와 같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의 바로 그 노력을 우리가 알아차리기를 그가 원하고 있다는 사실’(p.152) 나를 불편하게 하는 내 안의 그 무엇, 끊임없어 나의 몸을 통해 말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 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욕망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증상을 정작 자신은 모른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으니 이는 ‘뭔가 스스로 말하려고 하는구나, 노력하고 있구나.’이다. 증상은 무의미한 심리적 교란이 아니다(p.153). 증상은 우리에게 말할 무엇인가 가지고 있기에 상대의 증상에 우리는 ‘귀’를 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증상이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 더보기
[에세이] 호접몽(胡蝶夢),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우리 욕망의 실재와 만나는 것은 바로 그리고 오직 꿈 속에서일 뿐이라는 사실을 침작하자마자 전체적인 강조점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적 현실, 우리가 인정 많고 점잖은 사람들로서의 통상적인 역할을 취하는 사회적인 세계의 현실이 어떤 특정한 '억압'에 의존하는, 다시 말해 우리의 욕망의 실재를 간과하는 것에 의존하는 환영illusion인 것으로 판명되는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라 검색창에 '장자, 나비'를 검색했다.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이야기였다. 장자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가 꿈에서 깬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신이 꿈에서 호랑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호랑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되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이야기는 '물아일체'.. 더보기
[에세이] '사랑'은 '요구'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라캉의 정의(“사랑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않은 어떤 것을 주는 것이다”)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라는 말로 보충되어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사랑방식을 가지고 있다. 친구처럼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다 참지 못해 고백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대 초반, 한 여인으로부터 고백을 받은 적이 있다. 잘 알지 못했던 그 여인의 고백은 오히려 내 마음을 굳게 닫아버렸다. 내 욕망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내 욕망은 그녀에 대한 욕망, 즉 타자의 욕망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또 다른 20대 초반, 한 여인에게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그녀와는 평범한 사이였다. 단, 타자의 욕망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의 마음을.. 더보기
우리의 몸이 바뀌지 않으면 즉 우리가 행하는 것들은 또한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스스로가 사물들을 바라보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킵니다. - 슬라보예 지젝,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궁리), p.304 우리는 생각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한심해 할 때가 많습니다. 한순간의 깨달음, 후회를 바탕으로 다시 살아보려는 의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왜 그럴까요? 무엇 때문에 우리는 생각대로 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행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각으로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인 인간상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인간상이 마치 자신의 모습인양 생각하며 그렇게 살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하.. 더보기
[에세이] 이방인의 시선 또한 오래 되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보편적 선(좋음)을 향한 유일하게 훌륭한 길은 우리 모두가 스스에게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라볼 때, 이방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보고 또 상상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인류에게 가장 훌륭한 사유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결코 자신만의 관점에 스스로를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슬라보예 지젝, , 궁리, p.197-198 과연 온 세계가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자신의 공동체, 자신의 국가,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있는 이들로부터 '공동선'을 발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먼저 지젝은 '공동'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선'이라고 말합니다. 그 '선' .. 더보기
[청파 Note / 1부] 다시 보게 된다는 것 20120826 청파 1부 예배 설교 다시 보게 된다는 것 10. 그런데 다마스쿠스에는 아나니아라는 제자가 있었다. 주님께서 환상 가운데서 "아나니아야!" 하고 부르시니, 아나니아가 "주님,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1. 주님께서 아나니아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곧은 길'이라 부르는 거리로 가서, 유다의 집에서 사울이라는 다소 사람을 찾아라. 그는 지금 기도하고 있다. 12. 그는 [환상 속에] 아나니아라는 사람이 들어와서, 자기에게 손을 얹어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을 보았다." 13. 아나니아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가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성도들에게 얼마나 해를 끼쳤는지를, 나는 많은 사람에게서 들었습니다. 14. 그리고 그는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을 잡아 갈 권한을 대제사장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