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두 사람 사이에 그리움이 튼다
2016. 1. 14. 02:04ㆍEssay
책을 읽다 책 속에 마종기 시인의 <그 나라 하늘빛>이라는 시집의 '우화의 강'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게 되었다. 그 시에서 그리움 가득한 내 마음과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난다.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게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면 여전히 그대가 떠오른다.
기적적으로 당신과 나 사이에 물길이 텄지만
당신을 향해 흐르던 내 물길이 맑지 못해
당신을 떠나 보낸 이 강가에 나는 아직 홀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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