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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모기가 극성이다. 알람도 한 번에 깨우지 못한 이 무거운 몸뚱이를 모기는 단번에 일으킨다. 귓가에 왕왕대는,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그 기묘한 날개소리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 대체 어떻게 집으로 들어왔나, 모기의 유입경로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 길어지면, 집안을 완전히 밀폐시키고 에프킬라를 잔뜩 뿌려놓은 뒤 산책을 나갔다와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모기 포획방법은 어렸을 때 엄마, 누나와 함께 늦여름 저녁마다 하나의 의례처럼 행했던 방법이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모기가 추억 하나를 불러온 것이다. 단잠을 자기 위해 집안을 에프킬라로 가득 채운 뒤 산책을 나갔다 왔던 그 시간들을 가을 모기가 물고 온 것이다.
살다 보면 잊혔던 옛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잊은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잊은 것이 아니라 기억해 낼 여유가 없이 살았던 것이다. 다시 한 바퀴가 돌아 추석이 왔다. 이번 한가위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고 서울에 있겠지만, 옛 추억을 더듬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연휴를 잘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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