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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443

청춘(재발행)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향수는 떠났으나 아직 이르지 못한 자, 이르지 못해 떠도는 자를 찾아온다. 혹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다. 떠났으나 아직 이르지 못한 자, 떠도는 자는 그 불완전한 존재의 상태를 견디기 위해 향수를 불러오고 향수에 매달린다. 향수에 의지해서 산다." (이승우, ) 김연수 작가는 청춘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라고 말이다. 청춘이야말로 떠났으나 아직 이르지 못한 자이다. 그렇기에 청춘은 불완전하고 향수에 젖어 사는 자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청춘에게는 늘 가능성이 열려있고 청춘이기에 뭐든 해볼 수 있다. 청춘은 중립지대에 산다..

Salon 2024.11.11

무엇

2024년 11월 10일 일요일 "처리해야 할 많은 일이나 심란한 생각 때문에(육체와 악마는 늘 기도를 방해하고 가로막습니다) 기도에 냉담해지고 기도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서둘러 시편 찬송집을 챙겨 들고 내 방으로 가거나, 아직 대낮이고 기회가 된다면 회중이 모여 있는 교회로 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십계명 또는 사도신경을 한 구절 한 구절 조용히 마음속으로 읊조립니다. 시간이 넉넉할 때는 그리스도의 말씀이나 바울의 말씀 또는 시편 몇 구절을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읊습니다." (마르틴 루터, )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그대는 가졌는가. 자신을 돌아볼 공간을 그대는 마련해 두었는가. 시간이 충분한 상황이 있고 그렇지 못한 순간이 있다. 상황이 좋은 순간도 있고 그렇지 못한 순간..

Salon 2024.11.10

우회

2024년 11월 9일 토요일  "책의 은밀하고 안온한 어둠을 그때 알았다. 세상은 살벌한 빛으로 환한 골목길이었고, 독서는 내게 허락된 어두운 골방이었다. (...) 책의 어둠은 안온해서 뒷골목의 살벌한 빛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을 주었다. (...) 그것은 부정이나 극복이 아니라 실은 외면이다. 그렇지만 외면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 우회는 피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통과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통과하지 않고도 통과할 수 있다." (이승우, )  극복의 가장 좋은 방법은 직면이다. 회피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절대 쉽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직면하고 나면 어렵게 여겨졌던 문제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외면..

Salon 2024.11.09

입장과 의견

2024년 11월 8일 금요일 "입장과 의견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특히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입장과 의견 없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은 지루하고 무의미하니까. 그러나 그 의견이 사실에 바탕하지 않았거나 진실과 거리가 있을 때, 확신이 제공한 허구일 뿐일 때 그 의견은 단지 확증편향의 다른 이름이므로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승우, )  어제 사람들의 신념과 확신에 대한 글을 썼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신념과 확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의 기질에 관한 것이다. 나는 자기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부럽다. 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 가운데 나를 그렇게 보지 않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봐왔던 나는 자기 의견을 말하기보다 주로 따르는..

Salon 2024.11.08

의심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이념에는 불가능이 없지만 복음에는 불가능이 있다." (본회퍼, ) 흔들리며 걷는 길. 세상에 그렇지 않은 길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처음 이 세상에 왔고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모두 처음이고 지나간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삶이 그러할진대 세상은 어찌 확신과 이념으로 가득 차 있단 말인가. 확신과 이념은 힘이 있다. 그것에는 의심이 깃들 수 없다. 그리고 확신과 이념에 사로잡힌 자들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인간은 참 커다란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지만 참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많이 흔들리고 살았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 나에게 할머니께서 핀잔을 주기도 하셨다.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에겐 ..

Salon 2024.11.07

사실

2024년 11월 6일 수요일 "사람들은 사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면 죽는다.' 사실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화나게 한다. 그래서 사실을 부정한다. 사실을 공격한다. 사실을 직시하면 자신들의 신념을 반성하고 교정하게 할 가능성이 높은데(왜냐하면 그들의 확신은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은 확신에 따라 살아온 이제까지의 그들의 삶을 부정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승우, ) 사람은 이성적이지 않다. 그럼 감정적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은 '사실'이나 '진실'보다는 '확신'이나 '신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사실이나 진실에 관해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 나의 외모에 대해 지적했..

Salon 2024.11.06

경고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독자가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비사실이지 사실이 아니다, 라고 포는 말하고 싶은 것일까. 사실을 말하면, 작가는 죽는다, 그것이 이야기하는 사람의 운명이다, 라고 경고하는 것일까. 이 경고가 왜 탄식처럼 들릴까." (이승우, ) 이 글은 이야기가 끝난 곳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던 한 작가에 대한 묘사이다. 애드거 앨런 포는 가 끝난 지점에서 자신이 새롭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주자가 바뀐 마라톤 방식의 글쓰기다. 그는 해피앤딩으로 끝난 이 의 이야기에 의구심을 품었고 그는 결국 해피앤딩이 아닌 새드앤딩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물론 그는 단순히 생각이 꼬여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다 끝난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서 새드앤딩으로 마무리한 의도는 스토리를 통해 드러난다...

Salon 2024.11.05

새것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모든 새로운 이야기는 이미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이의 제기이다. 이야기는 부모 없이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너무 많을지는 몰라도 아예 없지는 않다. 이미 있던 이야기의 속편이나 덧붙임, 혹은 변주 아닌 이야기가 없다. (...) 그렇지만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이 고유한 것처럼, 앞 이야기에서 나온 뒤 이야기 또한 고유하다. 고유한 자기 삶을 산다. '해 아래 새것이 없'고, 새것 아닌 것이 없다." (이승우, ) 모든 이야기에는 부모가 있다는 말이 흥미롭다. 요즘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미 있던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손하게 된다. 고귀한 인생 지혜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Salon 2024.11.05

이야기

2024년 11월 3일 일요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고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감정의 진공 상태에 있지도 않다. 개인의 욕망이 투사되거나 시대의 공기가 스며드는 걸 피할 수 없다. 실은 사람과 시대의 욕망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것이 이야기이다." (이승우, ) 사실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말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누구냐'이다. 그는 타인에 대해서 말하지만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말에는 '나'와 '너'가 동시에 담겨 있다.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다. 책에는 분명한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도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데 그는 감정, 욕망, 시대 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이승우 작가는 '사람과 시대의 욕망이 가..

Salon 2024.11.05

보이지 않는 것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우리가 이렇게 비참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보기 때문이다. '보여줄 것'을 그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땅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우, ) 그의 말은 이상하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말은 매우 일리가 있다. 이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공기와 바람, 시간 그리고 사람의 마음과 정신 같은 것 말이다. 신도 그러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 때 손실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은 인간의 손안에 들어올 수 없을뿐더러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답답할 순 있..

Salon 2024.11.02